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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에 반기 든 UAE, '탈석유 전략'때문에 충돌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08 12:43

수정 2021.07.08 15:50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남쪽 50km 지점에 조성된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마크툼 태양광 발전 단지.AP뉴시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남쪽 50km 지점에 조성된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마크툼 태양광 발전 단지.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OPEC플러스(OPEC+)’ 회의를 취소시킨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사실은 탈석유 전략 때문에 중동 이웃들과 싸웠다는 주장이 나왔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경제를 세우려면 지금 유가가 고공 행진할 때 최대한 많이 캐서 팔아야 하는데, OPEC플러스 국가들이 증산을 들먹이면서도 UAE의 증산량을 불공정하게 적게 잡아 화가 났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UAE 정부 및 석유 기업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비회원 산유국 10개국은 지난 2016년 12월부터 저유가 극복을 위해 함께 모여 산유량을 감산하거나 증산하는 OPEC플러스 체제를 출범시켰다. OPEC플러스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맞아 당시 세계 생산량 대비 10%에 달하는 일일 1000만배럴의 석유를 감산하기로 결정했고 2022년 4월까지 감산폭을 줄이기로 했다. 현재 감산폭은 일일 580만배럴 수준이다.


OPEC플러스는 이달 2일 회의에서 올해 8~12월까지 일일 40만배럴을 증산하고 감산 종료 기한을 2022년 4월에서 같은해 연말까지 늘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UAE의 반대로 최종 합의에 실패하고 5일 회의도 취소됐다.

UAE는 OPEC 내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이어 산유량 순위 3위다. OPEC 종주국인 사우디의 바로 옆에 붙어있는 UAE는 이번 증산 계획 자체는 동의했지만 UAE가 생산할 수 있는 할당량이 너무 낮게 설정되었다며 OPEC플러스가 불공정한 요구를 한다고 주장했다.

WSJ는 UAE가 증산량에 민감한 이유에 대해 탈석유 전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지난 2016년에 ‘비전 2030’ 전략을 발표하고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건설을 선언했으며 UAE를 비롯한 이웃 중동 국가들도 비슷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UAE의 석유 매장량은 약 980억배럴로 OPEC 회원국 가운데 6번째로 많고 일일 500만배럴씩 캐도 50년 이상 캘 수 있는 양이지만 언제까지 수요가 이어질 지 장담할 수 없다. UAE 정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 석유 수요가 급감한다고 보지 않지만 아직 수요와 시세가 있을 때 최대한 많은 석유를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OPEC플러스 합의 결렬 소식에 6일 한때 배럴당 76.98달러로 6년 반만에 최고가를 기록했고 7일 배럴당 72.20달러에 장을 마쳤다.

UAE 관계자는 “지금은 아직 가치가 있을 때 우리나라의 탄화수소 자원 가치를 최대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UAE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는 산유량을 2020년대 안에 현제 일일 400만배럴에서 500만배럴로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20억달러(약 139조원)를 투자했다. 관계자는 “투자의 목적은 신 에너지 및 새로운 국가 먹거리 창출을 위한 경제 다각화에 투입되는 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UAE 석유기업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수십억달러의 돈을 투자한 마당에 자원을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더 큰 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점유율 다툼이 사우디와 UAE 사이에 갈등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사우디 역시 지난해 일일 산유량을 120만~130만배럴 늘리기 위해 추가 투자를 예고했다. 미 JP모간의 크리스티안 말렉 에너지 부문 분석 대표는 OPEC 내 갈등을 지적하고 “역사적인 동맹이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 구도가 석유 시장 뿐만 아니라 탈석유 경제 부문에서도 형성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UAE 역시 무분별한 증산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 관계자는 UAE도 OPEC의 증산 계획을 지지하지만 생산 능력을 보다 잘 반영하는 할당량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우리 역시 시장에 홍수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 정부가 이달 사우디와 UAE 관계자들과 유가 문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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