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몸속에 넣는 의료기기 코팅해 수명 늘렸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1 12:00

수정 2021.07.11 12:00

KIST 조일주 단장-연세대 서정목 교수 공동연구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에 단분자막·윤활유 코팅
실험쥐 테스트 결과 뇌신호 더 많이 포착하고
면역세포들이 기기 표면에 달라붙는 반응 방지해
코팅 안한 기기보다 4배 이상 오랫동안 사용 가능
KIST 조일주 단장팀이 실험쥐의 뇌에 단분자막과 윤활유로 코팅한 백금흑(왼쪽 아래)과 실리콘산화물(오른쪽 아래)을 삽입해도 면역세포들이 달라붙지 않았다. 코팅하지 않은 백금흑(왼쪽 위)과 실리콘산화물(오른쪽 위)에는 면역세포들이 붙어 있다. KIST 제공
KIST 조일주 단장팀이 실험쥐의 뇌에 단분자막과 윤활유로 코팅한 백금흑(왼쪽 아래)과 실리콘산화물(오른쪽 아래)을 삽입해도 면역세포들이 달라붙지 않았다. 코팅하지 않은 백금흑(왼쪽 위)과 실리콘산화물(오른쪽 위)에는 면역세포들이 붙어 있다. K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사람 몸속에 의료기기를 삽입해도 조직이 손상되거나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실험쥐에 테스트해본 결과 기존보다 4배 이상 오랫동안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사람의 몸속에 삽입하는 의료기기에 이 기술을 이용하면 교체주기를 연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과학연구소 조일주 단장팀이 뇌를 포함한 인체에 삽입하는 의료기기 코팅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인체에 삽입되는 기기 표면에 단분자막과 윤활유를 얇게 코팅하는 방법이다. 이는 기기가 인체에 삽입되는 동안 발생하는 기기-조직간의 마찰을 감소시켜 조직 손상을 최소화한다. 뿐만아니라 면역거부반응으로 면역세포들이 기기 표면에 붙는 것을 막는 면역세포 부착 방지 특성이 있다.

조일주 단장은 "이 코팅기술은 의료기기가 몸 속에 삽입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염증반응을 억제해 기기 수명을 더 길게 연장시켰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의료기기 코팅기술로 뇌신경신호를 감지하는 신경탐침을 코팅했다. 이 신경탐침을 실험쥐 뇌에 삽입해 관찰했다.

그결과 삽입직후 신경 탐침 내 32개의 뇌신호 측정 전극 중 90% 이상의 전극에서 뇌신호가 성공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 정도의 뇌신호는 코팅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신경탐침에서 관찰되는 신호의 2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험쥐의 뇌조직을 관찰한 결과 삽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직손상이 적었다. 안정성 면에서도 코팅막 처리가 되지않은 탐침은 면역세포들이 기기표면에 붙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호측정 기능이 떨어졌다. 반면 코팅기술이 적용된 탐침은 생물부착방지 특성으로 기존에 비해 4배가 긴 4개월간 안정적으로 뇌신호 측정이 가능했다.

조일주 단장은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의 교체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려 빠른 상용화에도 기여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연세대학교 서정목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한편, 최근 뇌에 브레인칩을 삽입해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이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파킨슨 병 등 뇌질환 치료를 위한 뇌심부 자극기 등 다양한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들이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인체에 삽입되는 기기는 주위 생체조직에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이로 인한 기기의 성능 저하로 장기간 사용이 어렵다.
뇌심부 자극기나 브레인칩 역시 뇌에 삽입되면 미세아교세포 등 뇌면역세포의 작용으로 안정적인 동작이 저해되고, 기기 수명이 단축되어 교체를 위한 추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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