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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새 전략 '스트레스 줄이기 마케팅'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1 06:55

수정 2021.07.11 09:16

[파이낸셜뉴스]
태국 사무트삭콘 자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스트레스로 자살을 시도했다 목숨을 건진 한 여성이 지난해 5월 29일(현지시간) 눈물을 훔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스트레스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태국 사무트삭콘 자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스트레스로 자살을 시도했다 목숨을 건진 한 여성이 지난해 5월 29일(현지시간) 눈물을 훔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스트레스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기업들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들고 나오고 있다. 스트레스에 지친 소비자들을 보듬는 전략이다.
소비자들이 가능한 외부 자극에 덜 영향을 받도록 하는 기능들을 제품에 추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이하 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상이 극도로 피곤한 소비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데 초점을 맞춘 기능들이 제품에 추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껴안아 주는 자동차"
미국 포드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링컨은 새 노틸러스 모델을 차량 탑승자들이 안식을 취할 수 있는 '피난처(sanctuary)'로 만들었다고 광고하고 있다.

차량이 스스로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외부 소음을 줄여주는 소음장치도 달려 있다.

또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나오는 경고음도 부드러운 소리로 바꿨다.

링컨 노틸러스에 앉은 뒤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부드러운 차임벨 소리가 흘러 나온다 .

링컨은 또 차량에 다가갈 때 불빛이 깜빡거리며 반응하는 장치도 '링컨 포옹(Lincoln Embrace)'이라고 이름 지었다. 디자인 책임자인 케말 큐릭은 운전자가 다가가면 "문이 열리고, 마치 사람이 포옹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도록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3M은 지난해 12월 '포스트잇으로 알리기(Noted by Post-it)'라는 새 제품군을 출시했다. 일기, 자신의 습관 추적하기. 격언 적기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들이다.

파스텔 컬러의 포스트잇으로 펜과 노트북이 제공되며, 소비자들이 우선 해야 할 일, 자신의 생각 등을 적어 근심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 신제품 포스트잇 가운데 한 제품에는 사각형 2개가 그려져 있다. 사각형 하나에는 "이건 더 하기(More of This)", 다른 하나에는 "저건 덜 하기(Less of That)"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또 소비자들이 그 날 하루 우선해야 하는 목표를 적도록 하는 포스트잇도 있다. '오늘의 톱3'라는 제목이 붙은 포스트잇이다.

팬데믹으로 스트레스 폭증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올라간 것은 이미 팬데믹 한 참 전부터이지만 1년여 팬데믹을 거치면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진 것이 이같은 스트레스 줄이기 마케팅이 나온 배경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6월에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3명 가운데 1명이 불안감이나 우울증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국립보건통계센터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실시한 비슷한 설문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10명 가운데 1명(11%) 꼴에 불과했다.

청년들과 고등학생 이하 청소년들의 증상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지만 불안감·우울증 증세는 모든 인종·민족·성·연령대에서 어느 정도씩은 다 증가했다.

스트레스에서 새 기회 찾는 기업들
인구 대부분이 스트레스로 날카로운 가운데 점점 더 많은 소비재 생산 업체들이 스트레스로 지친 소비자들을 보듬는 것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자동차부터 문구류, 화장품, 시리얼, 음료 업체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업체들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마케팅 메시지를 구상하고, 스트레스에 지친 소비자들을 겨냥하는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의 라이프스타일 리서치 책임자 앨리슨 앵거스는 "어떤 산업이건, 어떤 기업이건 관계없이 보건과 웰빙이 언제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고객사들에 조언하고 있다면서 "정신건강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WSJ은 소비자들도 기업들로부터 정신건강에 관한 조언을 받는 것을 꺼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서적 웰빙을 누군가 보듬어주기를 바라고 있고, 이때문에 좀 더 안락함을 느끼게 해준다고 약속하는 제품들에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회계·컨설팅 업체 언스트앤드영(E&Y)이 올해 초 미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같은 점이 확인됐다.

젊을수록 스트레스 줄이기 마케팅에 호의적
특히 젊은 소비자일수록 자신의 정신건강 관리에 새로운 접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24세 연령대 소비자들의 약 절반이 전신건강에 관한 접근 방식을 바꿨다고 답했다. 57~75세 소비자들의 경우 그 비율이 28%에 불과했다.

올해 26세 된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카피라이터는 불안감을 완화시켜주는 제품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거품목욕제부터 아몬드, 집안 곳곳에 설치해 둔 화분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진정시키는 물건들을 활용하고 있다.

라벤더 제품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향을 맡는 것도 즐긴다.

"과학적 근거 없어" 비판도
그러나 스트레스 줄이기 마케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과학적 근거도 없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것이다.

BBB 내셔널프로그램 산하의 광고 자율규제기구인 내셔널광고디비전(NAD)은 스트레스 완화를 주장하는 제품들이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증가해왔다면서 전등부터 방향제, 반려동물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관련 제품들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NAD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건강식품부터 의사처방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관련 제품들의 허위과장광고를 조사 중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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