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키오스크 어렵지, 근데 해봐야 돼" 시니어 유튜버의 '요즘 세상' 도전기 [인터뷰]

이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3 09:14

수정 2021.07.13 09:17

60년 지기 찐친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 '고도달TV'
사진=유튜브 '고도달TV' 캡쳐
사진=유튜브 '고도달TV' 캡쳐

[파이낸셜뉴스] #A 씨는 지난달 카카오페이를 이용해 30만 원 상당의 용돈을 받았다.
얼마 전 택시를 탑승했던 B 씨는 지갑을 깜빡 잊고 나온 사실이 생각나 모바일뱅킹을 이용해 기사님에게 택시비를 송금해 드렸다.
문득 내일 날씨가 궁금해진 C 씨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켜 "내일 날씨 어때?"라고 물었다.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MZ 세대의 모습일까? 아니다. 유튜브 채널 '고도달TV'에 출연 중인 세 명의 할아버지 유튜버가 직접 겪은 이야기와 유사하다. 사실 실버 세대와 디지털은 크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 소외'는 요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실버 세대의 문제 중 하나다. 키오스크가 버거운 중노년의 하소연을 담은 기사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모든 노인이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쩔쩔매는 것은 아니다.

고도달은 '고수, 도사, 달인'의 줄임말이다. "나이 70은 종심(從心)이라. 마음이 가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라는 공자의 말에서 용기를 얻어 채널을 열었다. 이들은 경복고등학교-서울대학교 동문인 60년 지기 '찐'친구들이다. 세 사람은 시니어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통해 실버 세대와 소통하기 위함이다. '꼰대가 되지 않는 것'은 이들의 모토다.

지난 5일 공개된 '고도달TV' 1편에서는 시니어와 IT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IT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고수, 도사, 달인은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은 동년배 노인들처럼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에서 헤매기도 하고 수중에 현금이 없을 때는 모바일 송금을 할 줄 몰라 당황하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녀들에게 용돈을 받을 때 젊은이들처럼 카카오페이를 이용하고, 구글 인공지능 비서와 네이버 파파고 번역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세 사람은 "낯선 IT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봐야 한다"면서 "지금 따라 하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진다"고 말한다.

고도달TV에 출연 중인 '고수'(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와 실버 세대와 유튜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세 분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주변의 권유가 있었나요?

"주변의 권유는 없었습니다. 은퇴 후 여유시간을 활용해 긴장감을 갖고 몰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IT 기술에 익숙지 않은 우리가 할수 있을까?' 걱정도 됐으나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50대 이상의 유튜브 시청 시간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깁니다. 이들이 적극적인 소비층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시니어를 위한 양질의 콘텐츠는 많지 않은데요.

"맞습니다. 시니어들이 시간이 많아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 현실적으로 시니어를 위한 양질의 콘텐츠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욕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랜 삶의 과정에서 애환과 경험이 많습니다. 은퇴에 따른 허전함과 소외감도 큽니다.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발전의 주축 세대였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아울러 새롭게 경험하는 다양한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시니어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새로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돕고자 합니다. 이들이 활기찬 노년을 보내는 데 필요한 콘텐츠를 만들 것입니다."

-앞으로 계획되어 있는 내용이 있다면요?

"시니어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들, 살아온 이야기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들을 해 나가려고 합니다. 재테크, 건강, 주거, 변화하는 세상의 이해, 추억의 공유, 유용한 생활정보 제공, 여행, 레저, 취미생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룰 생각입니다."

-미디어에서는 노인이 처한 문제를 주로 다룹니다. 그러나 고도달TV에서는 시니어들도 조금만 배우면 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젊은 시청자로서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급격한 생활환경 변화에 의기소침할 수 있는 시니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부여하려 했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주제를 많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삶의 경험과 지혜가 많은 연령층으로서 여기에 특화된 이야기도 분명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이들이 모르는 오랜 삶의 경험이 있습니다. 다양한 삶의 지혜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예컨대 '너무 사소한 것에 신경 쓰며 살았네', '인간관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가족이 왜 소중한지' 등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영상에서 "지금 따라 하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진다", "열심히 변화에 따라가자"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시니어들이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다 보니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나아가 우울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보람 있는 노후를 위해서는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들을 많이 소개할 예정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일상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우리 세 사람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각종 미디어, 독서, 유튜브등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려고 합니다. 저 이외에 두 친구는 IT 기술 등에도 얼리어답터입니다. 고도달TV 회의는 대부분 zoom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목받았던 시니어 크리에이터들은 동년배들보다는 MZ 세대에게 더욱 환영받은 경향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만한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도 있으신지요?

"저희는 주 대상자를 시니어로 하고 있고 젊은 세대를 위한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준비하면서 의외로 젊은 사람들도 재미있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자기들과는 많이 다른 시니어들의 과거 생활상을 엿볼 수 있거든요. 또한 노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충이 있는지, 무엇을 바라는지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예컨대 죽음이나 자녀 관계에 대한 주제는 부모들에게서 직접 듣기 어려운 내용이잖아요."

-유튜브에서 어떤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시나요? 시청하면서 느끼고 있는 점들도 궁금합니다.

"요즘 유튜브를 자주 시청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건강, 역사, 고전, 스포츠, IT 기기 소개 등 다양하고 좋은 내용이 많아 즐겨 봅니다. 그런데 최근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시사 관련 유튜브는 정치적 편향성이 강하고 유언비어도 많습니다. 불신을 조장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 같아 걱정됩니다. 또, 유튜브 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독서 시간이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영상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전문 기술이나 장비가 없어 불편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어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듭니다. 콘텐츠 내용, 영상 시간, 관련 자료 보완 등을 많이 논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채널이 되는 것이 목표인가요?

"시니어들의 대화 광장이 되고자 합니다.
즐거움과 고민을 나누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각종 정보 제공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시니어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채널이 됐으면 합니다.
시청자들이 우리 채널을 통해 액티브 시니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sunset@fnnews.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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