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마음건강 '빨간불'
기분장애질환 20대 가장 많아
구직기간 길수록 중증우울 위험
스트레스로 술·담배 의존 높아
"3개월 동안 근무한 물류회사 채용연계형 인턴에서 결국 정규직으로 전환에 실패했어요. 직장 인근에서 자취하다가 본가에 돌아가는데 가슴이 너무 답답했어요. 막상 병원에 찾아가니 모두 예약이 꽉 찼다고 하네요." 인천에 거주하는 전모씨(26)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고 나선 이같이 말했다. 전씨는 2년째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취업 문턱이 높아져 유창한 중국어 실력도 소용이 없었다.
기분장애질환 20대 가장 많아
구직기간 길수록 중증우울 위험
스트레스로 술·담배 의존 높아
코로나19로 인해 취업난이 장기화되자 2030 청년들의 마음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청년층의 우울증상은 다른 세대보다 심각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30 우울감 60대 웃돌아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등 기분장애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1만6727명을 기록,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진료 인원수는 30.7% 늘어난 수치다. 기분장애는 기분조절이 어렵고 비정상적 기분이 장시간 지속되는 장애를 넓게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우울장애, 양극성 장애가 해당된다.
코로나 블루는 청년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연령대로 보면 20대가 전체의 16.8%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60대, 50대 순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20대 우울증은 많았지만, 60대 환자 수를 20대가 넘어선 적은 없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코로나로 인한 극심한 청년 취업난 등이 20대의 우울증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취업난이 청년 우울증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정부 보고서에서도 발견된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 청년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우울척도검사(CES-D)로 점수화했더니 전체 응답자 평균은 23.2점이다. 21점을 넘으면 중등도 우울, 25점 이상이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중증 우울증상으로 분류된다. 구직기간이 1년을 넘은 응답자는 평균 25.9점이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펴낸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분석해 보면 2030의 우울 평균점수는 6.7점으로 전 연령대 평균인 5.7점을 크게 웃돌았다. 우울 평균점수가 가장 낮은 60대 이상과 비교해선 2.4점 차이가 있었다. 또 2030 우울 위험군 비율도 각각 30%와 30.5%로, 60대(14.4%)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았다.
■우울감에 술·담배 늘어
우울한 청춘이 늘어난 만큼 정신건강의학과 문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서울 여의도의 직장을 다니는 박모씨(32)는 포모증후군으로 인한 우울감으로 병원을 찾았으나 진료를 받지 못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상담을 받으러 온 인원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서울 신촌에 위치한 정신건강의학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인근 대학교 학생들의 진료가 급격히 늘었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해 청년 마음건강 심층상담 지원자를 모집할 때마다 목표인원의 2배 이상 인원이 몰려 1시간 만에 마감되기까지 했다.
우울감이 심해지는 만큼 술, 담배에 의존하는 현상도 심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주류 및 담배 지출액은 4조5363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최대 규모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1% 늘었다.
정부는 청년층의 정신건강 분야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청년특화 마음건강서비스'를 올해 도입하고 청년조기중재 서비스 제공지역도 7개 시도에서 2022년 17개 시도로 확대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박선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 층에서 불안장애, 우울장애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며 "코로나19 등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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