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집주인은 녹물 아파트 들어가고 세입자는 전셋값 급등에 빌라로 [재건축 '2년 실거주' 폐지 후폭풍]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3 18:46

수정 2021.07.13 19:19

"정부 말 듣다 국민만 바보" 
부동산 규제 돌연 철회에
정책 신뢰 바닥까지 추락
"행정소송감" 시장은 격앙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fnDB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fnDB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규제 통과 후 울며 겨자먹기로 낡은 집에 들어오게 됐다. 인테리어에만 1억원 가까운 돈을 들였다. 잘 살고 있는 세입자도 내보내야 했다. 쫓겨난 세입자는 오를 대로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인근 빌라로 밀려났다. 그러는 동안 집값은 치솟았다."

당정이 1년 전 내놨던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돌연 철회하면서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재건축 2년 거주 규제를 담은 지난해 6·17 대책 발표 당시부터 전세난 등을 우려한 시장의 거센 반발에도 꿈쩍도 않던 여당과 정부 때문에 불필요한 이주와 둥지내몰림, 급등한 전월세 부담 등을 고스란히 떠안은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불만이 동시에 빗발치면서 정책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하는 분위기다.

■"행정소송하자" 집주인·세입자 격앙

13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법안소위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재건축 조합원의 실거주 의무조항을 삭제하자 시장은 환영보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삭제된 조항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해당 단지에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는 내용이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네티즌은 "의무를 다하지 않는 국민에겐 과태료를 물리면서 정부는 아니면 그만이냐. 우리는 다른 전셋집 찾느라 부랴부랴 몇 억원을 융통해야 했다"며 "정부도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다른 네티즌은 "녹물 나오는 아파트에 짐 싸 들어간 사람만 주변에 여럿인데 국민을 XX 훈련시키는 거냐"고 분개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방에는 "잘 살고 있던 집을 두고 굳이 들어와서 살라고 해서 1억원이나 들여 인테리어 했는데 내가 뭘 한 건지 웃음만 나온다" "잘 살고 있다가 졸지에 쫓겨난 세입자는 무슨 죄냐" "피해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사례를 모아 행정소송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 일색이다.

다른 한 네티즌은 "실거주 요건을 채우느라 재건축 아파트의 임대등록을 말소했다"며 "의무 임대기간을 채우지 못해 3000만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냈다"고 올렸다.

■"임대차3법 수정해야 정책 신뢰"

재건축 규제 완화에도 비난이 거센 건 대책 발표 시점과 정책 적용 시점이 차이가 나는데도 당정이 메시지를 잘못 보낸 탓에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시장은 정부 정책을 믿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면서 "정부는 정책 발표 전에 해당 정책이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충분히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정책은 사전평가와 정책효과 평가가 당연히 수반돼야 한다"며 "면밀히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나서 정책효과가 기대와 다르면 조정하는 '정책 환류 과정'을 건너뛰다보니 정책 간 충돌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6·17 대책은 현실과는 괴리된 정책 탓에 발표 직후부터 잡음에 시달렸다. 실수요와 투자까지 모두 투기로 몰아 서울과 경기도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오히려 인접지역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를 양산했다. 이로 인해 서울·경기권 집값은 다시 상승했다.
당시 실수요자의 주거사다리마저 걷어차는 졸속 대책이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정부는 오히려 등록임대사업자 폐지를 골자로 하는 7·10 대책으로 응수했다.

이제서야 당과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자 폐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고, 실수요자 대출규제 및 세금을 완화하는 등 연일 제도 손질에 나섰지만 시장 평가는 싸늘하다.
이춘란 리얼리치에셋 대표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전셋값도 못 잡고 집값도 못 잡은 최악의 대책인 임대차3법을 수정한다면 조금은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