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미, 작년 약물중독 사망 30% 폭증...사상최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5 07:02

수정 2021.07.15 07:02

[파이낸셜뉴스]
미국 세관에 압수당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불법으로 들여오다 적발된 펜타닐 파우더와 필로폰이 2019년 1월 3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노갈레스항 기자회견 도중 전시돼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세관에 압수당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불법으로 들여오다 적발된 펜타닐 파우더와 필로폰이 2019년 1월 3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노갈레스항 기자회견 도중 전시돼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에서 지난해 약물 중독으로 9만3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다. 사상최대 규모다. 1년 사이 30% 가까이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 고립감과 스트레스가 쌓여 약물중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이하 현지시간) 미 연방정부와 보건당국의 예비 데이터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선테(CDC)가 이날 공개한 약물중독 예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이들은 지난해 9만3331명으로 추산됐다. 2019년 7만2151명에 비해 30%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보건정책 부교수 브렌던 샐로너는 "이 문제를 계속 추적한 우리 같은 이들에게도 놀라운 사망자 규모"라면서 "미국의 공중보건 정책들이 위기의 긴급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약물중독 사망자가 급증한 것은 마약 수요와 공급이 모두 증가했기 때문이다.

강력한 합성 헤로인(아편) 계열 약품인 펜타닐이 급속히 확산돼 미 전역에 퍼진 것이 심각한 약물 중독을 부른 주된 배경으로 꼽혔다.

여기에 수요까지 겹쳤다.

약물중독 전문가들과 치료기관들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사회적 고립, 트라우마, 실직이 겹치면서 약물 중독이 배가됐다.

미 약물중독 사망자 수는 2019년 가을 펜타닐 확산과 함께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그 수가 본격적으로 급증한 것은 지난해 3월 팬데믹으로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이후다.

샐로너 부교수는 "이미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던 약물중독이 2020년에 터보엔진을 달고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미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에 따르면 펜티닐은 모르핀과 유사한 작용을 하지만 50~100배 더 강력하다. 펜타닐은 처방약이어서 의사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지만 약물 중독자들이 불법으로 약을 사고 있다. 현재 불법 약물과 자주 혼합해 사용되고 있다.

약물재활 단체인 전미위험감축연맹의 모니크 툴라 사무총장은 "펜타닐이 미국 약품 공급 체계에 독소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CDC 산하 국립보건통계센터 사망통계 부문 책임자인 로버트 앤더슨은 2019년에도 주로 펜타닐은 합성 헤로인으로 인한 약물 남용 사망자 수가 54% 폭등한 5만7550명에 이르렀다면서 "펜타닐이 주된 동력이라는 점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필로폰(메스암페타민)과 코카인 중독 사망자 수 역시 동반 상승세다.

앤더슨 박사는 "사망자 수가 3만명만 돼도 눈이 휘둥그레질 때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그 3배에 이른다. 미쳐돌아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는 미국이 팬데믹으로 인해 2가지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음을 뜻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37만7883명이 사망했고, 여기에 더해 팬데믹이 방아쇠가 된 약물중독으로 인해 약 10만명이 더 사망한 것이다.


지난해 미 사망 원인 1, 2위는 심장병과 암이었지만 3위는 코로나19였고, 4위가 약물중독 같은 의도하지 않은 사고사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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