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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의 시간' 시작, 윤석열에겐 한달 남았다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5 16:59

수정 2021.07.15 16:59

전격 입당, 9월초 국민의힘 경선 흥행 불지펴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들과 스킨십 강화
尹과 악연 김용판, 원내서 첫 최재형 지지선언
윤석열 국민의힘 입당 타이밍 늦어질 듯
8월말까지 윤석열, 재정비로 체급 키워야
尹 "손해 있어도 한 번 정한 방향으로 간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을 찾아 반 전 UN 사무총장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을 찾아 반 전 UN 사무총장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을 이끌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최 전 원장이 속전속결로 입당하면서, 오는 9월초 부터 시작될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를 앞두고 '최재형의 시간'이 시작됐다.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아직 크게 부각되고 있지 않으나, 문재인 정부를 겨냥할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최 전 원장이 입당하면서 유력 대권주자 대열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는게 국민의힘 안팎의 관측이다.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만 바라보던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최 전 원장의 입당이 당내 경선의 흥행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시기는 좀 더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당분간 최재형 띄우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윤 전 총장으로선 적어도 한달간 재정비 시간을 갖고 정치참여 선언 이후 소모된 기초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같이 최 전 원장의 이날 입당이 당 밖에 있는 잠룡들의 거취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주는 만큼 야권 대권구도에 변화도 예상된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최 전 원장의 국회에서의 행보에 제한은 있겠으나, 앞으로 최 전 원장과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스킨십 빈도는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용판 의원이 이날 당내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최 전 원장 지지를 선언했다. 윤석열 전 총장으로부터 과거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관련 수사를 받았던 김 의원의 최 전 원장 지지는 당내 대권 구도를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선 당장 최 전 원장에 대한 특별대우를 하는 것은 없겠으나, 캠프를 꾸리는 최 전 원장 입장에서 제1야당의 물밑 지원으로 대선주자로서 체급을 키워나가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 전 원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앞으로 최 원장님의 정치 행보에 우리 당과 원장님이 둘 다 윈윈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최 전 원장 입당에 대한 적극적인 환영으로, 윤석열 전 총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국민의힘 외곽에 있는 잠룡들의 거취도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국민의힘 입당을 타진했던 김동연 전 부총리는 제3지대에 머물다 상황에 따라 여야별 대선주자 정리 직전, 진영에 관계없이 단일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윤 전 총장의 거취다.

일찌감치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촉으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지만, 최 전 원장이 빠른 행보로 제1야당에 입당하면서 타이밍을 다시 봐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지지율이 다소 흔들린 윤 전 총장이 최 전 원장 입당 직후에 당에 들어온다면 오히려 모양새가 더 좋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8월말이나 9월초에 입당할 시점이 될 텐데, 이럴 때 윤 전 총장으로선 재정비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대선출마 선언 형식의 정치참여 간담회 이후 윤 전 총장으로선 검증에 시달리면서 정책적으로 뚜렷한 메시지를 내놓은게 없는 만큼 내실 다지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유 민주주의'와 '공정'을 외쳤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민생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의 메시지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회동 이후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지지율 하락에 "지지율이란 게 하락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나"라면서 국민의힘 입당 지연에 대해 "분명히 제가 정치적 손해, 유불리를 떠나 손해가 있더라도 제가 한 번 정한 방향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걸어가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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