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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현수막' 내렸다..."IOC, 욱일기 사용 제재 약속"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7 23:17

수정 2021.07.17 23:17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의 응원과 지지가..."
日측 정치적 주장 '생트집'에 IOC 나서 철거 요청 
대한체육회, 제국주의 상징 '욱일기' 문제삼아
IOC, "욱일기도 올림픽 헌장 50조 적용하겠다"
올림픽 기간 '정치, 종교, 인종적 선전 불허' 조항     
17일 일본 도쿄 주오구 하루미 지역 도쿄 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숙소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범 내려온다' 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압력으로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철거했다. 뉴스1
17일 일본 도쿄 주오구 하루미 지역 도쿄 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숙소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범 내려온다' 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압력으로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철거했다.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대한체육회가 모든 올림픽 경기장 내에서 욱일기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약속을 받은 뒤 17일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내걸었던 일명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뗐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3일 공식 개장한 일본 도쿄 주오구 도쿄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거주층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올린 장계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 아직도 제게는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에서 착안한 문구다. 온 국민의 응원을 등에 업고 결연한 각오로 도쿄올림픽에 임하겠다는 메시지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일본 언론과 극우정당에서 이를 두고 '반일의 상징'을 앞세운 것으로 정치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트집을 잡았다. 일본 극우정당은 한국 선수단 거주동 앞에서 되레 일본 제국주의 전범기의 상징인 욱일기를 흔들며 시위를 하기도 했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위원장)도 이날 일본 도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순신 장군 현수막'에 대해 "(사람들마다) 각자의 관점이 있겠지만, (올림픽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표현하는 건 삼가야 한다"며 "모든 참가자는 세계를 하나로 묶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대한체육회가 일본 도쿄 주오구 하루미 지역 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숙소에 붙였던 일명 '이순신 장군' 현수막. 뉴스1
당초 대한체육회가 일본 도쿄 주오구 하루미 지역 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숙소에 붙였던 일명 '이순신 장군' 현수막. 뉴스1

일본 측의 압력에 IOC가 움직였다. 이날 대한 체육회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IOC 관계자가 전날 대한민국 선수단 사무실을 방문해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고, 서신으로도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는 전투에 참여하는 장군을 연상할 수 있기에 IOC 헌장 50조 위반으로 철거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고 한다. 올림픽 헌장 50조는 경기장 등 어떤 장소에서건 올림픽 기간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을 불허한다고 명시했다.

IOC의 요청에 대한체육회는 "코로나 시기 선수들 뒤에 국민들이 있다는 뜻을 담은 메시지로, 정치적 메시지는 없었다"고 설명한 후,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대해서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체육회 측에 따르면 IOC는 모든 올림픽 경기장 내 욱일기 사용에도 올림픽 헌장 50조를 적용하기로 약속했고,'이순신 장군' 현수막도 내리기로 상호 합의했다.

이날 체육회 측은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대신해 한국 선수단 숙소층에 '범 내려온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범 내려온다'는 한국 관광공사가 제작한 대한민국 홍보영상에 등장하는 곡 이름이다.
판소리 수궁가, 범이 내려오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지난해 5월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가 편곡해 발표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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