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사이트] 법조에 부는 女風..여성 예비 법관의 슬기로운 법조생활
[파이낸셜뉴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 12년이 흘렀다.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된 후로, 대한민국에서 로스쿨의 위상은 높아졌고, 최근에는 학부 신입생 시절부터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여성의 로스쿨 진학률 및 법조인 임용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법조계에서 여성들의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성법관 비율 2015년 25%→2020년 46%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2009~2021년 전국 25개 로스쿨 신입생 성별 현황 중 여성 비율은 2009년 39.44%에서 2021년 현재 45.45%로 증가세를 띠고 있다. 대법원이 집계한 2015~2020년 신임 여성 법관 임용 현황도 2015년 25.2%에서 시작해 2020년 45.8%까지 오르는 등 법조계의 ‘여풍(女風)’ 현상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새내기가 된 여대생 박민서(20)씨는 “취업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로스쿨에 대한 여성 동기들의 열망이 높아졌다”며 “무사히 로스쿨을 졸업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이 다양하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며 로스쿨 진학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학부생들의 로스쿨 입학 준비 시기와 속도도 빨라지는 추세다. 올해 초부터 법학적성시험(LEET) 공부를 시작한 대학교 2학년 이예진(21)씨는 “동아리, 학회, 대외활동 등에 쏟을 시간이 줄어든 만큼 공부에 더욱 집중할 기회가 많아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로펌의 경우 지원자의 연령이 평가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되기도 한다. 이에 로스쿨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로펌 입사가 목표라면 최대한 빠르게 시험을 준비해서 20대 중반에 로스쿨에 입학하는 게 최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출산 육아 등 ‘워라밸’ 고민 커
로스쿨 졸업을 앞둔 예비 여성법조인의 경우 향후 진로 선택 과정에서 출산, 육아 등은 주요 고려 변수다. 대형 로펌과 같이 업무 강도가 센 곳의 경우 친정 부모님 등의 전적인 지원이 있어야 육아와의 병행이 가능하다는 선배들의 경험담 때문이다.
로스쿨 2학년인 김원희(27)씨는 “검사로 재직 중인 여성 선배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업무 강도가 센 곳은 평생 직장으로 다닐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직종은 법관이다. 검찰과 같은 공직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향후 법관 임용도 생각하고 있다”며 검찰 인턴십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처럼 최근 공직 분야에 관심을 갖는 여성 로스쿨생들의 공통된 이유는 “업무와 삶의 균형(워라밸)”과 “경력직 채용”이다.
워라밸 추구 성향은 성별을 떠나 최근 2030세대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로펌의 5~6년차 고용변호사들이 지나친 업무 강도와 정신적 고통 때문에 이직을 결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보수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업무 환경이 안정적인 정부기관 등으로 이직하거나 사내변호사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로펌에서 인턴십을 하며 선배로부터 변호사업계의 현실에 대해 전해 들은 김씨는 “보통 입사 동기 30명 중 10년 이상 버텨서 파트너변호사로 승진한 동기는 2~3명에 불과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세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며 “’남은 2~3명은 대부분 남성이다’라는 선배의 말에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법관 지원 전 ‘로클럭’ 지망도 증가
공직 분야 중 재판연구원, 일명 ‘로클럭’을 희망하는 여성 로스쿨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주목할 만하다. 재판연구원은 법관의 재판 업무를 보조하고,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판례를 연구하는 등 법원의 실무를 수행한다. 2013년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법관 임용은 경력직 채용 방식으로 바뀌었다. 로스쿨 졸업생들은 로펌, 정부 및 공공기관, 사기업, 검찰 등에서 법조 경력을 최소 5년 쌓아야 법관 임용에 지원할 수 있다.
다만 로클럭으로 근무하기 위해선 변호사시험과 더불어 로클럭 전용 필기시험과 면접에 합격해야 해 준비기간의 부담이 크다.
올해 로스쿨 출신 89명이 신임 로클럭으로 임용됐고, 그중 여성은 52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로클럭은 로펌에 비해 업무 강도가 낮은 환경에서 실무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로스쿨에 입학한 한 신입생은 “최근 들어 재판연구원이 실무 경력을 쌓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동기들이 많지만, 로클럭이 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군 법무관 출신에 대한 경력 인정 제도로 인해 남학생들도 요즘 관심을 갖고 준비하는 직종이지만, 로펌 인턴으로 보험을 들어 놓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이환주 기자 , 우아영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