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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현수막' 내렸는데, 日 '나 몰라라' 욱일기 반입 고수 ...IOC 태도 주목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8 14:03

수정 2021.07.18 14:49

이번주 23일 도쿄올림픽 개막 앞두고 
대한체육회, IOC와 협의 끝에 
욱일기-이순신 현수막 사용 않기로 했는데
도쿄올림픽 조직위 "韓-IOC간 대화 내용 몰라" 
日외교관 부적절 발언, 선수촌 후쿠시마산 식자재 문제
한일갈등 최고조...한미일 차관 협의회(21일)개최   
대한체육회가 지난 14일 일본 도쿄 주오구 도쿄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숙소층에 부착한 일명 '이순신 장군 현수막'. 정치적 메시지라며 철거를 요청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압력이 지난 17일 떼고, '범 내려온다'는 새 현수막을 내걸었다. 뉴스1
대한체육회가 지난 14일 일본 도쿄 주오구 도쿄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숙소층에 부착한 일명 '이순신 장군 현수막'. 정치적 메시지라며 철거를 요청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압력이 지난 17일 떼고, '범 내려온다'는 새 현수막을 내걸었다.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대한체육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 끝에 도쿄올림픽 기간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와 일명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동시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으나,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를 무시하고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로 인해 도쿄올림픽 기간 내내 욱일기 문제가 양국 관계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이를 포함해 주한 일본대사관 외교관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부적절한 성적 발언, 선수촌 내 후쿠시마산 식재료 사용과 이에 대응한 한국 선수단의 도시락 배달 계획 등 이번주 23일 도쿄올림픽을 개막을 앞두고 양국 국민 간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주 21일 도쿄에서 열릴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서 갈등 봉합의 계기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 75주년인 지난해 8월 15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 한 남성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상징인 욱일기를 몸에 두르고 참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AP뉴시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 75주년인 지난해 8월 15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 한 남성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상징인 욱일기를 몸에 두르고 참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2019년 11월 17일 일본 도쿄 분쿄구 도쿄돔에서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 게임인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 관중이 욱일기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19년 11월 17일 일본 도쿄 분쿄구 도쿄돔에서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 게임인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 관중이 욱일기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뉴스1
■"욱일기 경기장 반입 계속 허용"
1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욱일기 디자인은 일본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정치적인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며 "욱일기가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방침대로 도쿄올림픽 경기장에 욱일기 반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조직위 측은 또 "IOC와 한국 간의 대화는 파악하고 있지 않으며, (올림픽 기간)욱일기 문제에 대해(기존과 같이)변경이 없다"고 주장했다. IOC와 협의 결과, 이순신 장군 현수막과 욱일기를 동시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대한체육회의 발표 내용을 부정한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4일 일본 도쿄 주오구 하루미에 위치한 도쿄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거주층에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1597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올린 장계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 아직도 제게는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에서 착안한 문구다. 온 국민의 응원을 등에 업고 결연한 각오로 도쿄올림픽에 임하겠다는 메시지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일본 측이 '반일 메시지'라며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올림픽 헌장 50조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IOC가 한국 측에 철거 압력을 넣었다. 대한체육회는 일본 침략전쟁의 상징인 욱일기 사용 역시 금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IOC가 모든 올림픽 경기장 내 욱일기 사용에도 올림픽 헌장 50조를 적용하기로 약속하면서 문제가 일단락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한국과 IOC가 주고 받은 내용에 대해 "알 바 아니다"라는 식으로 무시전략을 나타냄에 따라 그간 독도 문제를 놓고 이중적 태도를 보여온 IOC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가리켜 "대립을 조장하는 일은 좋지 않다"고 발언, 욱일기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 주오구 도쿄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거주동에 '범 내려온다' 라고 쓰인 새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뉴스1
지난 17일 일본 도쿄 주오구 도쿄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 선수단 거주동에 '범 내려온다' 라고 쓰인 새 현수막이 내걸려있다. 뉴스1
■이어지는 뇌관들
일본 외무성 내 대표적인 코리안 스쿨(한국통)인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개최 구상을 놓고 "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자위 행위)을 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은 양국 신뢰관계가 이미 나락으로 떨어졌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교도통신은 한국 정부가 소마 총괄공사의 본국 소환을 요구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타전했다. 일본 정부는 소마 공사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과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 뉴시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 뉴시스
이 외에는 곳곳에서 갈등의 뇌관이 노출되고 있다. 선수촌에서 공급되는 후쿠시마산 식자재에 우려를 표명한 한국 선수단을 향해 자민당 내 극우 인사인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 의원이 "후쿠시마 주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고 주장했으며, '넷 우익'으로 불리는 일본의 우파 성향 네티즌들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대한체육회가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에게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먹지 말라고 지도했으며, 별도의 급식센터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신치용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장은 최근 한국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도쿄올림픽 선수촌 안으로 외부 음식을 들이는 것이 금지돼 대표 선수들이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사용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며 "급식센터에서 간식 등을 준비해 지원하고, 선수촌 음식을 못 먹는 선수들이 나올 경우 도시락을 만들어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선수들한테는 회 등 후쿠시마산 음식으로써 걱정스러운 음식은 안 먹는 방향으로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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