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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中 '반도체 굴기' 위협하며 압박 가속...대화 막혀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8 15:51

수정 2021.07.18 15:5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뉴스1


【서울·베이징=박종원 기자 정지우 특파원】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및 홍콩 문제를 두고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면서 중국 역시 보복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중국에 첨단 제조 설비를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네덜란드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 정부의 압력 때문에 수출 허가를 보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中 '반도체 굴기' 위태
문제의 장비는 ASML에서 만드는 세계에서 유일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다. 해당 장비를 이용하면 실리콘 웨이퍼에 EUV를 이용해 5㎚(나노미터)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다. 대만 TSMC와 미국 인텔 등 주요 반도체 회사들은 ASML의 노광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며 중국 또한 1대에 1억5000만달러(약 1712억원)씩 하는 ASML 제품을 수입하려 노력하고 있다.
WSJ는 바이든 정부 관리들이 국가 안보 우려를 들어 네덜란드 정부에 중국 수출 제한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지 1개월도 지나지 않아 네덜란드 정부에 전화를 걸어 양국간 “선진 기술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며 수출 금지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압박이 사실이라면 2025년까지 반도체 수요의 70%를 자급할 예정이었던 중국의 ‘반도체 굴기’ 계획은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울러 중국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는 17일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베이징시 제1중급 인민 법원이 1일 칭화유니 파산 구조조정 신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칭화유니는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가면 회사의 지분 구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재 칭화유니가 전액 출자한 자회사인 티베트칭화유니투자유한공사가 칭화유니 전체 주식의 46.45%인 13억2800여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칭화유니는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것인 회사의 일상적인 생산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현재 회사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칭화유니는 중국 국립 칭화대학이 1988년 설립한 반도체 전문 그룹으로 중국 정부의 국무원이 경영하는 사실상 국유기업이다. 산하에 메모리업체 양쯔메모리, 통신칩 설계전문업체 쯔광짠루이 등이 있다. 칭화유니는 미국과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의 선봉이었으며 중국 당국은 화웨이의 설계 전문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미국의 제재를 받자 연구 인력 대부분을 쯔광짠루이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양쯔메모리는 충칭시와 함께 메모리 분야에 향후 10년간 8000억위안(약 138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으며 2017년에는 각종 국영 조직으로부터 22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中 보복 예고, 대화 기회 막혀
바이든 정부의 중국 압박은 정치 분야에서도 이어졌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 상무부, 국토안보부는 16일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 기업들에게 홍콩 국가보안법을 조심하라는 경보를 내렸다. 바이든 정부 부처들은 미 기업이 보안법 때문에 감시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날 미 재무부는 중국 홍콩 연락판공실의 중국 관리 7명을 홍콩 민주주의 탄압 혐의로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17일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미국이 홍콩 기업 환경을 해치고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 부주임 7명에 불법적으로 제재를 가한 것을 결단코 반대한다며 미국 계속 이런 행태를 고집하면 중국도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미국이 제재했다고 해도 '고작 휴지 한장'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재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건 단지 망상에 지나지 않으며 중국은 지난 수년간 미국의 극한적인 압력에 결단코 맞서며 강력한 보복을 취했다"고 예고했다.

미중간의 첨예한 대립은 당분간 해소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16일 화상으로 진행된 비공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으나 기대와 달리 미리 녹화된 영상만 보냈다.
같은날 미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과 달리 약속대로 회의에 실시간으로 참여했으며 바이든의 회의 자리에서 코로나19 백신 문제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에 의하면 바이든은 최근 중국이 신흥시장에 판매한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이 떨어진다는 점을 의식해 “미국은 세계 약 100개국에 5억회분 이상의 안전하고 예방효과가 높은 백신을 기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백신을 팔지 않고 기증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백신 제공에 어떠한 정치적·경제적 조건도 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홍콩 매체들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아시아 순방길에 중국에 들러 바이든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을 논의한다고 보도했으나 미 국무부는 15일 발표한 일정표에서 셔먼이 18일 출발해 일본과 한국, 몽골을 차례대로 방문한다고 밝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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