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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도 못 올린 부산수륙양용투어버스… 3대 쟁점은

노동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8 19:38

수정 2021.07.18 19:38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두 달, 사업은 지지부진
市, 1년내 출발한다면서
선정업체는 이르면 4년뒤 생산
정성평가 비중이 80%?
제조·운영 경험 없는 업체인데
사실상 '계획'만 보고 합격
지역 제조업 살리겠다더니
국내 유일 버스 생산업체 놔두고
수입 수륙양용버스 도입하는 셈
일자리·경제 활성화 뒷전으로
국내서 운용 중인 지엠아이그룹의 수륙양용버스(왼쪽)와 부산시가 선정한 대준종합건설 컨소시엄의 미국 CAMI사 수륙양용버스. 각 사 제공
국내서 운용 중인 지엠아이그룹의 수륙양용버스(왼쪽)와 부산시가 선정한 대준종합건설 컨소시엄의 미국 CAMI사 수륙양용버스. 각 사 제공

부산시가 국제관광도시 부산의 신개념 해양관광 콘텐츠로 선정해 추진 중인 '부산수륙양용투어버스'가 닻을 올리기도 전에 민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후속 절차까지 삐걱대는 모양새다. 부산시는 지난 5월 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대준종합건설㈜ 컨소시엄과 늦어도 7월 초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1년 내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2순위 업체인 지엠아이그룹과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각종 의혹이 여전히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컨소시엄은 수륙양용버스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업 경력이 전무하다. 지엠아이그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륙양용자동차를 제조하고 있는 지역 업체로 현재 부여 백마강에서 관광용 수륙양용시티투어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의혹은 크게 △단기 실현 불분명한 도입계획 △80%에 달하는 정성평가 △지역 제조업체 도외시 3가지로 압축된다.

부산시가 애초 그린 청사진대로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이들 의혹을 모두 투명하게 검증하고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입-검인정-운영 1년 내 가능?

부산시의 이번 사업자 선정 공모지침을 보면 '사업자는 본 공모와 관련해 공모 지침서의 검토, 관련 인허가 절차 및 조건, 제공된 정보의 확인 등 신청서 제출을 위해 필요한 모든 절차를 완료하고 공모에 참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평가 기준에도 차량의 신차비율, 신기술 적용, 차량 및 선박 검사 등록을 포함한 공급 일정 등 '차량 도입계획'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주관사인 대준종합건설을 비롯해 ㈜아이리사와 ㈜현대요트로 구성된 대준종합건설 컨소시엄은 미국 CAMI사의 수륙양용버스를 수입해 도입, 운영하고 오는 2025년부터 부산지역에 제조공장을 유치해 전량 생산, 공급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CAMI사의 수륙양용버스를 '불침선 설계를 적용해 완전 침몰이 불가능한 설계를 적용하고 영국해사연안경비청(MCA) 인증과 미국해안경비대(USCG) 복원성 검사와 인증을 받은 수륙양용버스'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지엠아이그룹은 CAMI의 수륙양용버스를 한국선급(KR)이나 미국선급협회(ABS)에서는 입급할 수 있는 규정이나 법률이 없다고 주장한다. 당장 수륙양용버스를 국내에서 새로 건조한다고 해도 건조 검사와 안전성 검사 등에 최소 3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시가 언급한 1년 안에는 시동도 못 걸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지엠아이그룹도 앞서 국내에서 관련 인증 등을 모두 획득하는 데 5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쟁점은 수륙양용버스를 어떤 선박으로 볼 것인가다. 미국에서는 수륙양용버스를 보트 및 요트로 분류하지만 국내에서는 13인 이상 선박인 여객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제선급은 원양구역을 운행하는 선박 검사를 진행하지 평수구역 및 연근해 운항 선박을 검사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건조하는 선박이라면 ABS에서 입급 검사가 가능한지 여부와 KR에서 선급 전환이 가능한지에 대한 확인부터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운항 소형여객선의 경우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서 승인하는데 공단의 해외 지사가 없는 관계로 모든 과정이 국내에서 진행된다. 즉 국내에서 제조한 선박에 한해서만 검사가 가능하며 만약 해외에서 선박을 완성해 오더라도 여객선은 별도 건조검사가 안되기 때문에 국내에서 검사가 불가능하다는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안전까지 심사위원 '정성평가'로

부산시가 사업자 평가 과정에서 심사위원의 정성평가에 100점 만점에 80점을 부여하고 관련부서의 정량평가에는 20점밖에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정성평가 80점의 구성 항목은 각각 차량도입계획 25점, 운용시설 확보계획 10점, 사업 운영계획 20점, 안전성 평가 15점, 심사위원 종합평가 10점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수륙양용버스 제조는 물론 운영 경험도 없이 2025년에 제조공장을 설립하겠다는 컨소시엄이 현재 국내 제조 가능하고 실제 운영까지 하고 있는 업체보다 모든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평가 항목 중 디자인만 해도 안전에 직결되는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심사위원 측이 돌연 '앞이 뾰족한 디자인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하는데 이는 CAMI사의 수륙양용버스 외관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성준 지엠아이그룹 대표는 이에 대해 "수륙양용버스는 지상에서는 자동차나 다름없는데 앞이 뾰족하면 선단 밑으로 상대 차량이 깔리는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이는 국토교통부 기준에도 나와 있어 우리는 그렇게 제작하지 않는다"면서 심사위원의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차체의 외형은 예리하게 각이 지거나 돌출되어 안전운행에 위험을 줄 우려가 있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중소조선연구소, 신라대학교 교수 2명,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경회계법인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제조업 살린다' 공허한 구호

침체된 지역경제를 다시 일으키겠다며 산단 대개조 사업 등 제조업 부흥을 외치는 부산시가 정작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륙양용버스를 만들고 있는 지역 업체를 뒤로하고 수입산을 고집하는 배경에도 의문이 쏠린다.

부산수륙양용투어버스는 국제관광도시 부산의 킬러 관광 콘텐츠로서도 의미가 크지만 운영수익과 지역 관광업 활성화라는 명분 외에도 만약 수륙양용버스를 국내에서 제작할 수 있다면 고용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물론 안전성이 가장 우선시 되는 사업 특성상 반드시 국산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더 안전하고 우수한 성능, 가격 경쟁력 등을 갖췄다는 근거만 명확하다면 수입산 수육양용버스가 페널티를 물어야 할 이유도 없고 지역 업체라고 해서 반사이익을 얻을 이유도 없다.


지엠아이그룹은 현재 직접 고용인원과 하청 업체 인원까지 합치면 약 3000명에 이르며 추가 수주 시 기존 인력에서 최소 10%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당장 유발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유지보수도 부산 현지 공장에서 직접 할 수 있어 하자 발생 시 부품 수급이나 엔지니어 부재 등 통상 수입산 도입에 따르는 애로사항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성준 대표는 "지역 업체라고 해서 특혜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부산시가 당초 선정 공모 지침서에 명시한 대로 우선협상대상 업체로부터 미국 제작사와의 계약 체결 및 내용에 대한 확인과 1년 안에 국내 차량 및 여객선 등록 후 운행까지 실제로 가능한지 꼼꼼히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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