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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중위투표자 정리'의 정책적 함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9 18:50

수정 2021.07.19 18:50

[fn광장] '중위투표자 정리'의 정책적 함의
재정건전성 못지않게 양극화,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같은 복지 이슈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 지도 오래다. 재정학을 공부하다 보면 중위투표자 정리(Median Voter Theorem)가 나온다. 양당체제의 다수결 투표하에서 주민의 선호가 각기 다른 다수의 대안적 정책이 존재할 때 양당은 과반수 득표를 위해 극단적인 사업보다 주민소득 중간 수준에 있는 사람이 선호하는 정책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국회가 중도층을 중요시하는 이유이다.

정책이 중도층에 초점을 맞추면 양극단에 있던 투표자들은 자신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으므로 기권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제학자들이 주장하기도 한다. 다운스(Anthony Downs)와 호텔링(Harold Hotelling)은 양당제하에서 정당의 정강은 거의 일치하게 되고 다당제에서는 차별화된 정책으로 중위투표자 정리에 따른 왜곡이 크지 않다 한다.


문제는 '중위투표자가 대표성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만약 대부분의 사람이 양극단의 선호를 가지고 오직 한 사람만이 중간 선호를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이 경우 단 한 사람만이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선택되고, 다수가 지지하는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은 선택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투표에 따른 시장실패 현상이다. 1인 1표를 행사하는 민주주의에서는 부자나 빈자나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하기에 중위투표자가 선거 결과를 지배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세계적 양극화로 최상위층에 소득이 집중된 결과 소득분포 50%에 있는 사람의 소득이 전체 평균보다 낮은 현상이 발생한다. 이에 각국 정당이 소득분배의 형평성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함부로 행해지는 인기영합주의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1인 1표를 행사하는 대의 민주주의에서 선심성 공약은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란 비판도 가해진다. 시장실패와 정부실패를 불러오는 정책은 장기적 성장에 문제가 된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정책이 그래서 중요하다.

정치인이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는 개인 또는 일부 지역 주민의 이익에 집착하는 것도 문제다. 다운스는 다수가 선호하는 정책이라도 투표자의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가 나타나는 경우 다수 유권자의 이익보다는 소수에 편향된 정책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합리적 무지란 개념을 들어 유권자들이 자신에게 중요성이 매우 적거나 전혀 없는 선거쟁점을 배우는 데 시간이나 돈을 지출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정치인은 다수의 정서적 군중심리를 이용하기도 하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 다수보다 실제 표를 던져줄 소수의 이익집단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는 투표제도는 어려운 프로세스다. 투명한 정보와 정책검증 절차 구축이 더욱 필요하다. 매니페스토(공약)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이는 현 납세자인 국민이 미래 납세자인 자녀 세대의 희생을 막기 위해 분명히 알아야 할 사항이다.


선거공약을 내세울 때 국민이 독립기관의 분석자료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쟁취한 우리에게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거공약에 따른 재정소요를 정부부처나 출연기관이 객관적으로 계산해 공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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