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구본영 칼럼] 왜 자꾸 통일부 폐지론이 나올까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19 18:50

수정 2021.07.19 18:50

이준석 대표 작은정부론
정치판 존폐론으로 시끌
통일 이전 서독이 롤모델
[구본영 칼럼] 왜 자꾸 통일부 폐지론이 나올까
휴전선이 가까운 강원 화천의 산야는 매해 이맘때처럼 녹음이 짙었다. 코로나19 사태 탓인지 군용 지프들이 드문드문 오갈 뿐 거리는 더없이 한산했다. 얼마 전 전방 부대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아들을 배웅하러 갔을 때의 풍경이다.

1980년대 초 필자의 군 복무 시절 접경지역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40년 전 땀에 젖은 군복 속으로 모기떼가 달라붙던 기억이 났다. 세대가 바뀌고도 분단국에 살고 있는 현실에 새삼 가슴이 아렸다.
그사이 남북기본합의서-6·15공동선언-판문점선언 등 '기념비적 합의'도 많았건만, 통일의 그날은 아직 아득하니 말이다.

지난주 정치판이 '작은 정부 대 큰 정부' 논란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론을 쏘아 올리면서다. 특히 "통일부를 둔다고 통일에 특별히 다가가지도 않는다"는 그의 주장은 여권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물론 통일부 폐지론이 새삼스럽진 않다. 과거 이명박정부 인수위도 외교부와 통일부를 합치는 정부조직 개편을 검토한 적이 있다. 이번에 이 대표는 "(어차피) 남북관계는 통일부 주도가 아니라 국가정보원이나 청와대에서 관리했다"는 논거를 추가했다. 통일부의 북한 카운터파트는 노동당 조국평화통일위원회임을 상기시키면서다.

그러자 여권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뿐 아니라 대선주자들까지 나서 반격했다. 이 장관이 "(국민의힘) 당론이라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북한이 외국이 아니지 않으냐"며 가세했다. 여당 차원에서도 "분단국이었던 서독의 내독관계부는 왜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현 분단국 대만에도 통일부라는 내각 부처가 아니라 대륙위원회를 두고 있다는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번 정부 들어 통일부가 관리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폭파됐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양측은 "통일부를 폐지하라는 부족한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에 대한 과시를 멈추라"(이 장관), "북한 여성들이 인신매매와 같은 인권탄압을 받음에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이를 다루지 않고 있다"(이 대표)는 등 설전을 이어갔다. 어찌 보면 2030세대와 586그룹 간 시대 간극이 느껴지는 평행선 대치였다.

이처럼 공방이 일단락되지 않고 꼬리를 무는 까닭이 뭔가. 두 주장이 모두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독 분단 때 서독 정부의 이원적 통일행정이 본보기다. 실질적 대(對)동독 협상·대화는 내각제에서 청와대 격인 총리실이 맡았고, 내독관계부(내독성)는 민간 교류와 장기적 통일정책을 집행했다.

구체적으로 정상회담 추진 등 빛나는 일엔 총리실이 나섰다. 반면 내독성은 민족의 이질화를 방지하고 분단의 고통을 더는 일에 집중했다. 이산가족 왕래와 동독 반체제 인사 석방사업인 프라이카우프를 기획·추진했다.
내독성 산하 전독연구소는 동독의 인권유린 사례를 수집·축적해 훗날 통독 후유증을 치유하는 데 이바지했다. 통독 후 내무부로 통합될 때까지 내독성 폐지란 말이 안 나온 이유다.


그렇다면 통일부 폐지론은 정권 입맛대로 원칙 없이 통일행정을 편 업보일 거다. 문재인정부 들어 통일부가 국가안보실이나 국정원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인상을 주지 않았나.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재단이 김정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으니….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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