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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참사현장 찾아가 ‘박장대소’ 한 독일 총리후보자 뭇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0 07:57

수정 2021.07.20 07:58

“온 나라가 우는데 홀로 웃는다”
“대체 어떻게 차기 총기라 되겠다는 거냐”
독일 에르프트슈타트 수해 현장에서 폭소한 유력 차기 총리 아르민 라셰트 주지사 / 사진=AP뉴시스
독일 에르프트슈타트 수해 현장에서 폭소한 유력 차기 총리 아르민 라셰트 주지사 / 사진=AP뉴시스
17일(독일 현지시간)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가 홍수 피해지역인 에르프트슈타 방문 현장에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는 대통령 뒤에서 동행과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뒤쪽 가장 왼쪽 남성) / 영상=독일 매체 'DW'
17일(독일 현지시간)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가 홍수 피해지역인 에르프트슈타 방문 현장에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는 대통령 뒤에서 동행과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뒤쪽 가장 왼쪽 남성) / 영상=독일 매체 'DW'
[파이낸셜뉴스] 150명 넘는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역대 최악의 홍수 참사 현장에서 독일 정치인이 박장대소하는 모습이 공개돼 공분이 일었다. 이 정치인은 독일 차기 총리로 꼽히는 인물이라 분노의 수위는 더욱 거셌다. 결국 그는 고개를 숙였지만 성난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DW(독일의 소리)에 따르면,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 대표이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인 아르민 라셰트는 지난 17일 관내 홍수 피해지역인 에르프트슈타트를 찾았다.
당시 현장에선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홍수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과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셰트 주지사에게서 추모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통령 뒤 다른 사람들과 수다를 떨다, 결국 몸까지 들썩이며 폭소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해당 보도 영상에는 라셰트 주지사를 중심으로 동행들이 신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에 즉시 독일 전역에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독일 매체 빌트는 “온 나라가 우는데 라셰트는 웃었다”고 날을 세웠다. 독일 야당 막시밀리안 라이메르스 의원도 “이 모든 상황이 주지사에겐 장난인건지. 대체 어떻게 차기 총리가 되겠다는 거냐”라고 비판했다. SNS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결국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지난 18일 새벽 라셰트 주지사는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당시 대화를 나누던 상황이 그렇게 비춰진 게 후회된다. 처신이 부적절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트위터에서는 여전히 ‘라셰트웃음(LaschetLacht)’이라는 해쉬태그와 함께 그를 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라르스 클링바일 사회민주당 사무총장은 “사람의 성격은 위기의 순간에 나타난다”며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연설하는 동안 농담을 하고 있는 태도는 예의도 없고 말도 안 된다”는 논평을 냈다.

라셰트 주지사는 독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총리 후보로 16년간의 집권을 마치고,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힌 앙겔라 메르켈 총리 뒤를 이을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된다.


오는 9월 26일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0%를 득하며 1위 자리를 꿰찼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홍수로 주택들이 훼손된 모습. / 사진=AP뉴시스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홍수로 주택들이 훼손된 모습. / 사진=AP뉴시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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