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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걸음] 넷플릭스, 생태계를 알어?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0 15:54

수정 2021.07.20 17:03

[파이낸셜뉴스] 한국의 통신 사업에 대한 규칙을 정해놓은 전기통신사업법이라는 법이 있다. 일반인들이야 굳이 들여다 볼 이유가 없지만, 통신회사들은 달달 외워야 할 정도로 사업의 중요한 룰을 담아놓은 법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기간통신역무란 음성·데이터·영상 등의 송신 또는 수신이 가능하도록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임대하는 전기통신역무를 말한다'고 돼 있다. 국어사전에 임대란 돈을 받고 자기의 물건을 남에게 빌려줌이라고 돼 있다.

시작부터 법 조문을 들먹인 건 넷플릭스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통신망 사용료를 내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을 선언했다.
그런데 법원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내놓은 논리가 좀체 이해하기 어려워서 법률을 찾아봤다.

넷플릭스는 1심 판단에 불복하는 이유에 대해 "1심 판결은 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그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는 전혀 특정하지 못했다"고 법원 판단에 불복하는 이유를 댔다. 그런데 한국 전기통신사업법에 엄연히 써있다. 넷플릭스가 사용하는 한국의 인터넷 망은 돈을 주고 빌려쓰는 설비라고.

[이구순의 느린걸음] 넷플릭스, 생태계를 알어?

더구나 넷플릭스는 "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이에 따른 분쟁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종결돼 왔다"고 인터넷 망 대가를 법원이 판단하면 안될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기억을 2년여 전으로 돌려보면, 법원의 판단을 구한 장본인은 넷플릭스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하는 도중에 넷플릭스가 돌연 소송을 냈었다. 당시 뜬금포 소송에 통신업계는 물론이고 정부도 당혹스러워했다.

망 사용료 문제는 법원에서 다툴 일이 아니니 협상을 지속하자는 설득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소송을 강행했던 넷플릭스가 이제와서 통신망 사용료 문제를 법원이 판단한 사례가 없다고 딴소리를 한다. 이러니 넷플릭스 입장이 좀체 이해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시종일관 인터넷 생태계 질서를 주장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넷플릭스는 콘텐츠만 잘 만들면 되고, 통신망 비용은 통신 회사가 알아서 충당하란다.

그런데 넷플릭스, 생태계를 알어?

생태계는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으로, 구성원 모두가 유기적 결합해 보호하는 것이다. 다른 구성원들은 나몰라라 자기 식욕만 채우겠다고 우기면 생태계 질서 파괴자가 된다.

인터넷 생태계는 인터넷 망을 고도화해서 기업과 소비자가 모두 쾌적한 인터넷 환경을 누리고, 사업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정당하게 협의해 분담하는 것이 질서다. 최종 소비자도, 인터넷으로 사업하는 기업도 정당하게 정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질서다.


인터넷망을 통해 콘텐츠를 전달하는 사업모델로 인터넷 망을 빌리지 않으면 사업자체가 불가능한게 넷플릭스다. 그런데도 인터넷 망 사용 권리만 주장하고 비용은 못 내겠다고 배짱을 튕기면 질서는 피괴된다.
법원 판단도 못 받아들이고, 정부의 중재도 싫고, 당사자간의 협상은 못하겠다는 넷플릭스식 질서는 인터넷 생태계의 질서가 아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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