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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제주 제2공항 건설 제동…정석비행장 대안론 고개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0 18:00

수정 2021.07.21 04:02

20일 국토교통부 환경영향평가서 ‘반려’…찬반 갈등 ‘재점화’
송재호·오영훈·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환경부 결정 존중”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들어설 예정인 제주 제2공항 조감도. [제주도 제공] /사진=fnDB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들어설 예정인 제주 제2공항 조감도. [제주도 제공] /사진=fnDB

[제주=좌승훈 기자] 국책사업인 제주 제2공항 추진이 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환경부가 20일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면서 중대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2025년 문을 열 예정이던 제주 제2공항은 장기간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환경부는 이날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다며 다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제주 제2공항 사업을 다시 추진하려면 재조사 후 평가서 본안을 새로 작성해 다시 검토를 받아야 한다

반려 사유를 보면, 법적으로 보장된 환경영향평가서 보완 기회를 모두 줬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비행 안전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 등 사업 초기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사항들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멸종위기종과 보전 가치가 있는 특이 지형 훼손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점도 반려 사유가 됐다.


■ 사업 표류 장기화…기존안 백지화 가능성도 제기

환경부는 특히 숨골은 지하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지하수 이용에 대한 영향 조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기존 제2공항 입지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는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무산 가능성도 제기됐다.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로 제2공항 건설계획이 백지화됐음을 선언한다"며 지속 가능한 제주를 바라는 제주도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밝혔다. 이어 “국토교통부 책임자가 공개토론에서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제2공항 사업을 접겠다고 반복적으로 공언했던 것을 도민들은 기억하고 있다”며 “국토부는 이제 환경부까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하지 않은 이상 지체할 것 없이 제2공항 백지화를 공식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도 “이제 제2공항 사업계획을 폐기하고,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제주의 환경 수용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이라 강조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백지화를 위한 ‘부동의’가 아닌 ‘반려’를 함으로서 재협의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은 강한 유감”이라며 “국토부는 백지화를 선언하고, 혼란과 갈등을 야기한 모든 계획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압박했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원. [제주도 제공]/사진=fnDB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원. [제주도 제공]/사진=fnDB

■ “대선 때 결정 미룬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꼼수”

반면 제2공항 추진을 바라는 ‘제주제2공항건설촉구범도민연대’와 ‘성산읍청년희망포럼’은 “제2공항 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반려 결정은 우리 제주도민을 절망과 통탄 속에 빠뜨리게 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환경부는 6곳의 의뢰기관 보고서를 모두 즉시 공개하고, 왜 반려라는 결정을 내렸는지 한 치의 의혹도 없이 공정성과 객관성에 근거해 밝히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도 "환경부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서 반려조치를 했다고 밝힌 것은 국토부와 환경부가 그동안 핑퐁게임 하듯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제주 제2공항 정상 추진 결정을 회피해 온 것의 연장선"이라며 "내년 대통령선거 때까지 제주제2공항 결정을 미뤄서 정치적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 출신 송재호·오영훈·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날 공동 논평을 내고 “환경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제주의 부족한 항공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제 제주도민과 함께 갈등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 향상과 안전성 및 편리성, 지역 균형발전 등에 초점을 맞추고 고민해 새로운 대안과 해법을 찾는 데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제주 제2공항이 안되면 대안으로서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정석비행장을 활용하자는 안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찬성단체(왼쪽)와 반대단체 집회 모습. [뉴시스DB]
제주 제2공항 찬성단체(왼쪽)와 반대단체 집회 모습. [뉴시스DB]

■ 국토부 “반려사유 꼼꼼히 살펴 향후 방향 정할 것”


한편 제주 제2공항 설립은 2015년부터 논의돼왔다. 국토부는 당시 제주국제공항의 항공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기존 공항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에 545만7000㎡ 넓이의 신공항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개항 목표는 2025년이었다. 사업비는 5조1229억원이다. 제주지역 항공수요는 연간 4109만명으로 제주 제2공항이 지어지면 수송분담률 48%를 수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제출된 이후 보완과 추가보완, 반려 조치까지 2년 넘게 걸렸다.
게다가 환경부의 반려로 국토부가 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반려 사유를 해소한 다음 재협의를 요청해야 한다.

원점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시작하려면, 반려 사유를 해결한 다음에 본안부터 다시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기간이 소요되는데다, 제2공항 갈등이 장기화된다는 점에서 기존안이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환경부의 반려사유를 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 “꼼꼼히 검토한 뒤 향후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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