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산업정책의 부활과 기술동맹](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1/07/20/202107201850533699_s.jpg)
"일본에서는 누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견학하러 오는지 아십니까?"
몇 년 전 국제회의에서 만난 미국 버클리대학교의 교수가 내게 한 질문이다. 당시 구글을 비롯한 첨단업체가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고, 세계 각국에서 방문객들이 줄을 서던 때다. 그는 일본에서는 경제산업성 소속 공무원들이 실리콘밸리를 찾아온다면서 요즘 어느 나라가 첨단기술이 집약된 곳에 공무원을 보내느냐고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산업발전과 시장 기능 확대로 인해 산업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져 대부분의 선진국이 산업정책을 폐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업정책의 명맥을 유지하는 일본의 제도와 정책이 낙후됐음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산업정책이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인다.
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선택은 산업정책 부활과 디커플링 추진으로 압축할 수 있다. 급속한 기술발전과 갈수록 고도화되는 기술이 경제는 물론 안보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때문에 미국은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민주주의 기술동맹을 구축하는 데 정부가 나서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인텔이 반도체 제조공장 설립을 결정한 이면에는 미국 정부의 지원책이 있다.
공급망 100일 보고서가 주요 산업기술과 안보 관련 장비와 부품에 핵심 역할을 하는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품목의 공급망을 조사한 결정적 이유는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중국은 세계 1위 수출국이 됐고,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가장 큰 교역상대국으로 부상했다. '메이드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중국산 제품 없이는 생활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그런데 중국과 대결 모드에 있는 미국 입장에서 군사안보 시설과 장비의 일부가 중국산에 의존해야 한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동맹국의 협력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도 최근 디지털 전환 로드맵과 첨단 반도체의 국내 생산체제를 정비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산업과 기술 관련 경쟁과 협력의 새 장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경제의 근간을 다지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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