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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선수촌, 코로나 경연장 되나…방역 허술, 하루걸러 확진자

뉴스1

입력 2021.07.22 09:55

수정 2021.07.22 10:59

2020도쿄올림픽 개막을 6일 앞둔 지난 17일 일본 도쿄 하루미지역에 위치한 올림픽 선수촌이 통제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2020도쿄올림픽 개막을 6일 앞둔 지난 17일 일본 도쿄 하루미지역에 위치한 올림픽 선수촌이 통제되고 있다.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2020 도쿄 하계올림픽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선수촌 내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며 불안불안한 상황만 연출하는 모습이다.

22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림픽 선수촌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전날 기준으로 총 5명이다. 선수촌이 지난 13일 개장한 만큼 하루 걸러 한 명씩 코로나19에 확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일 체코 비치발리볼 대표팀 선수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 선수와 관련된 팀 관계자 한 명도 전날 확진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체코 대표팀 관계자와 밀접 접촉자가 12명에 이르는 만큼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모두 선수촌에 들어갈 당시에는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 애초 입국 당시부터 감염된 것인지 현지에 도착해서 감염된 것인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개인 정보보호를 이유로 이들의 구체적인 정보나 감염 경로를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 경로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리나라처럼 감염경로를 확인하는 역학조사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고 감염 후 밀접접촉자 정도를 가려내는 수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선수촌 내 확진은 아니지만 코로나19 감염으로 출전을 포기한 사례도 나왔다. 칠레 대표팀의 태권도 선수 페르난다 아기레(24)는 여자 57㎏급 경기에 출전할 계획이었지만, 확진 후 격리 조처로 출전이 불가능해지면서 기권 의사를 밝혔다.

범위를 대회 관계자로 넓히면 확진자는 크게 불어난다. 올림픽 방역 매뉴얼인 '플레이북'이 적용되기 시작한 지난 1일 이후 확진자는 모두 75명에 달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올림픽 선수촌이 거대한 슈퍼 전파자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버블 형태의 선수촌에 바이러스가 침투할 경우 집단감염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급기야 미국 체조 대표팀은 호텔이 더 안전하겠다며 전격적으로 퇴촌을 결정했다.

또 메달 획득이 유력한 일본의 탁구, 야구, 유도, 레슬링 등 일부 종목 선수들조차 선수촌 밖에서 머물 것으로 알려지면서 타국 선수들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아울러 취재진과 자원봉사자 등 올림픽 관계자를 통해 해외에서 일본으로든 아님 현지에서 외국인으로든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는 방역수칙만 엄격하게 정해놓았을 뿐 이를 관리하는 것은 여전히 허술한 일본의 방역시스템과도 관련이 있다.

실제로 현지에 도착한 취재진의 경우 14일 동안은 숙소와 경기장만 오갈 수 있는데, 도심 외곽일수록 이 수칙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출은 숙소 인근 편의점을 다녀올 때만 15분간 허용되는데 이 역시 시간을 정확히 재거나 출입 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현지 도착 뉴스1 취재진은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14일 일본 야당의 올림픽 공청회에서도 문제시된 바 있다. 야마노이 가즈노리 입헌민주당 의원은 네덜란드 언론 관계자가 IBC 방송센터까지 도보로 이동하고 아프리카 올림픽 관계자가 입국 당일 쓰키지 수산시장을 방문한 사실을 지적하며 방역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올림픽 사무국 측은 "제대로 알아보도록 하겠다"는 답변에 그쳤다.

문제는 이처럼 관리가 허술한 상황에서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NHK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30분 기준 일본 전역의 신규 확진자는 4943명으로 일주일 전 같은 요일인 14일(3192명) 대비 1751명 증가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 기준 1439명이 발생한 이후 계속해서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림픽 개최 도시 도쿄의 일일 확진자 수는 이날 반년여 만에 최다인 1832명을 기록했다. 도쿄의 일일 확진자 수가 1800명을 넘은 건 지난 1월16일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일본의 확진자 통계는 있는 그대로 믿기 힘든 변수도 존재한다. 지역별로 집계 시스템이 다른 것은 물론, 집계 일시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은 올림픽 개막이 카운트다운(초읽기)에 들어간 이후로는 검사건수를 턱없이 낮추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6월 19일~7월 19일) 가장 많은 검사건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13일 10만3897건이다. 주말인 지난 4일 검사건수는 약 1만7000건에 그치기도 했다. 최근 1주일간 일평균 검사수는 약 6만4000건으로 이 수치도 최근 한 달 가운데 가장 높은 측에 속한다. 검사건수가 이렇게나 적은데도 불구하고 하루에 3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확진자 숫자를 줄이기 위해 테스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 의심되는 가운데 자칫 확산을 억제할 순간마저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답답한 행정도 계속되고 있다. 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정해놓은 프로토콜을 따라 입국 절차를 밟고 있음에도 공항을 벗어나는 시간은 평균 3시간 30분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선수들이 다수 입국하는 새벽 시간대는 최대 7시간까지 걸린 경우도 있었다.


남자축구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일본에 도착한 김학범 감독도 일본의 답답한 행정에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조직위원회가 처음으로 코로나가 더 심각해지면 대회 취소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자인 IOC는 곧바로 "자신들은 절대 선수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며 취소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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