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광장] CEO 리스크와 숫자 경영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2 18:55

수정 2021.07.22 18:55

[fn광장] CEO 리스크와 숫자 경영
테슬라는 작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1위 기업이었다가 5월 아마존에 밀려 2위로 떨어지더니 지난달에는 35위까지 밀렸다. 주가도 작년 10월 400달러대에서 올 초 800달러대까지 급등하더니 최근 600달러대로 하락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말 기준으로 테슬라의 약 57조원 자산 중 21조원이 단순 현금인 상태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이 700배를 넘었다는 것은 테슬라에 대한 투자가 '묻지 마' 수준의 광풍이었음을 나타낸다. 게다가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의 잦은 설화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소위 CEO 리스크이다.

CEO 리스크는 성품 리스크라고 할 정도로 CEO의 성품이 기업의 성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령 40대 총수로서 마그나사와 합작, 모바일사업 철수 등 취임 후 3년 동안 속도감 있고 통 큰 사업개편도 구광모 회장의 성품과 관련될 것이다. 그런데 CEO의 성품 리스크 중 가장 위험한 것이 편향된 '아집'이다.

지금은 다른 그룹에 팔린 한 해운사는 부도나기 직전까지 4년 동안 자산이 약 5조2000억원에서 7조1000억원으로 계속 증가했는데 동시에 유사한 규모의 부채도 증가했다. 다시 말해 돈을 벌어서 자산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부채를 통해 자산이 증가한 것뿐이다. 실제로 당시 4년 동안 약 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CEO는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인가. 자산이 증가했는데 돈을 못 벌었다면 돈 안 되는 자산이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그런 자산을 처분해서 부채를 갚아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시 CEO는 계속 글로벌화를 주장하면서 조직을 확대하고 규모를 키워나갔다. 최고경영자의 아집에 전문경영자는 숫자를 통해 설득해야 했는데, 숫자가 아집을 이기지 못해 결국 파산에 이른 것이다.

국가 경영도 마찬가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4년의 성과는 후세가 평가하더라도, 그 4년 동안 미국은 분명 트럼프 대통령의 성품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렇게 국가 경영에 있어서 최고책임자의 리스크는 기업과 비견조차 할 수 없다. 특히 최고책임자가 편향된 아집에 빠져 있을 때 국가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이럴 때 기업의 전문경영자가 그러하듯, 국가의 전문행정가들이 역할을 다 해야 한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논란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 제4차까지 총 70조원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는 과정에서 곳간지기를 자처하는 홍남기 부총리는 홍두사미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었다. 이번 5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선별지원과 전 국민 지급이 맞부딪치고 있다. 특히 재원 마련과 관련해서 국채상환을 유예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올 1차 추경 기준 965조원으로 4년 동안 305조원이 증가했다.
최근 정부가 제출한 33조원의 2차 추경안을 고려하면 연내 국가채무는 1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6일 홍 부총리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 연례면담에서 2024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 전망치가 58.3%에 이르는데 2025년부터 60%를 준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까지 받았다.
편향된 아집이 아닌, 숫자로 국가 경영을 보좌해야 할 곳간지기의 말에도 귀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