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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팬데믹을 기회로 바꾼 뮤지컬 시장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6 18:00

수정 2021.07.26 18:00

[fn광장] 팬데믹을 기회로 바꾼 뮤지컬 시장
우리나라의 뮤지컬 시장은 2001년 해외 라이선스 작품인 '오페라의 유령'을 계기로 산업화 단계에 진입해 해마다 매출 규모가 팽창해왔다. 전체 공연 티켓 매출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장르이며 그 매출 중 70% 이상이 1000석 이상의 대형 뮤지컬이다.

지난 연말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 정책이 강화되면서 일시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뮤지컬 공연은 관객 간 2차 감염사례가 없고, 박수와 함성 금지 등 '침묵관람'과 철저한 공연장 방역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팬데믹 장기화로 인해 여행·외식·레저 산업이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가장 안전한 문화상품으로 재평가되면서 오히려 사회활동이 많은 20~30세대 젊은 관객들이 새롭게 유입되고 있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의 확장과 역사를 같이해온 대표 기업은 CJ ENM을 꼽을 수 있다. 2003년 '캣츠' 내한공연 제작 투자로 시작해 10년간 뮤지컬계의 가장 큰손으로 불렸다.
'브로드웨이 42번가'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같은 대형뮤지컬 공동 제작투자에서부터 '김종욱 찾기' 같은 알찬 소극장 작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뮤지컬 산업을 선도해온 콘텐츠 전문 그룹이다. 올해 7월에는 브로드웨이 작품 '비틀쥬스'를 세종문화회관에서 라이선스 초연 중이다.

이 작품은 장르와 규모, 스타일 등 여러 면에서 CJ가 주도하는 뮤지컬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브로드웨이 최신 작품에 투자하고, 거의 시차 없이 라이선스로 소개하는 방식은 기성세대에 비해 빠르게 글로벌화된 MZ세대의 호흡과도 유사한 흐름이다.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이 지향하는 권력자를 풍자하고 소수자에 대한 애정을 담은 동명의 B급 영화를 원작으로 가족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미국과 브로드웨이 쇼뮤지컬의 대중성을 결합해 만든 '뮤지컬 코미디' 계열의 작품이다.

뮤지컬 코미디는 역사적으로 미국 뮤지컬의 핵심이지만 유독 어둡고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진 작품들이 인기를 얻어온 국내에서는 '순한 맛'이라는 이유로 한물간 장르로 취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모두 움츠러든 지금 이 시기에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CJ 브랜드 뮤지컬의 기획이기도 하다.

'비틀쥬스'는 어두운 소재와 죽음과 가까운 주인공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특유의 코미디와 쇼 그리고 해피엔딩으로 구성돼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는 '죽음'과 '우리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우리는 '죽음'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가장 안전한 곳은 '우리집'이다.
관객들은 판타지 속에서 현실을 발견하고 작품의 주인공 비틀쥬스는 관객에게 현실을 직시하는 농담을 던진다.

일상에 지쳐 잠시 잊고 있었던 우리에게 시기적으로 절묘한 타이밍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노래와 춤, 연기의 삼박자가 맞춰지는 무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꿈과 환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이처럼 어려운 시대에서도 뮤지컬은 결코 우리가 잃어버려서는 안되는 것들을 노래해주길 바란다.

조용신 연극 뮤지컬 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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