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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0원’에도 공실 동대문 상권의 몰락 [현장르포]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6 18:46

수정 2021.07.26 18:46

쇼핑몰 10곳 중 4곳 빈 매장
온라인몰·코로나에 ‘이중고’
임대료 1년새 10%나 떨어져
관리비만 받고 내놓은 매장도
한때 중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면서 대표적 쇼핑 거리로 불렸던 서울 동대문 복합쇼핑몰 밀리오레 앞이 한산한 풍경이다. 사진=김준혁 인턴기자
한때 중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면서 대표적 쇼핑 거리로 불렸던 서울 동대문 복합쇼핑몰 밀리오레 앞이 한산한 풍경이다. 사진=김준혁 인턴기자
"동대문 일부 쇼핑몰 공실률은 40%까지 높아졌습니다. 점포 두 곳 중 한 곳은 비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관리비만 메울 수 있으면 임대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서울 중구 A중개소 관계자)
금요일인 지난 23일 오후 찾은 서울 중구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 인근 복합쇼핑몰 에이피엠(apm). 한때 국내외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패션의 메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한산했다. 비교적 공실률이 낮은 쇼핑몰 1층에서도 한 가게 건너 비어 있는 점포마다 '임대문의' 푯말이 여기저기 나붙어 있었다.


■잘나가던 상권 '유령화' 가속

과거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 일대 밀리오레, 에이피엠, 두타몰, 굿모닝시티 등 복합쇼핑몰은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로 늘 북적거리는 쇼핑명소였다. 국내에서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으로 타격을 받았을 때도 해외 관광객 수요로 버텨온 상권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동대문 상권 몰락을 앞당겼다. 밀리오레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상인 B씨는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이 끊기고, 주위 상가들이 빠지면서 더 어려워졌다"며 "동대문에서 20년 넘게 장사했는데 관리비도 안 나오는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대문 상권의 중대형 매장 기준 공실률은 2019년 2·4분기 6.7%에서 상승세를 지속, 지난해 4·4분기엔 13.4%까지 높아졌다.

현실은 더 심각하다. 인근 중개소 관계자는 "영업이 잘될 때 공실률이 5%가량이었는데, 지금은 40%에 육박한 쇼핑몰들이 여럿일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라며 "유동인구가 10년 사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최대 고객이던 중국인 관광객들도 못 오면서 속수무책으로 문닫는 가게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치솟는 공실률에 임대료 '0원'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대문 일대 쇼핑몰에서는 임대인이 임대료를 요구하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구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에는 권리금도 다 빠지고, 쇼핑몰은 물론 인근 상가도 절반 정도는 임대료 없이 임대가 나가고 있다"며 "옷가게를 운영할 만큼의 작은 평수는 소정의 보증금과 관리비만 내면 영업이 가능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동대문 상권의 추락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동대문 집합상가 평균 임대료는 지난해 1·4분기 ㎡당 10만3000원에서 올해 1·4분기 9만5000원으로 1년 만에 10% 가까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 대중화 등 급변한 환경 속에서 동대문 상권의 부활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대표는 "동대문 복합쇼핑몰의 현재 상황은 정보의 범람과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이미 암흑화를 겪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입지와 가격 등으로만 경쟁하는 시대는 지난 만큼 동대문 상권만의 특색을 더 발굴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김준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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