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HMM '연봉 5.5%인상·격려금 100%' 제시…노조 "우릴 우습게 봐"

뉴스1

입력 2021.07.29 13:55

수정 2021.07.29 15:12

HMM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제공)© 뉴스1
HMM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해운업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HMM에 창사 이래 첫 파업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사측이 28일 열린 4차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연봉 5.5% 인상과 격려금으로 월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회사의 태도가 직원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며 거부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HMM 육상직 노조는 이날 대의원회의를 열고 오후 진행되는 찬반투표를 통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4차 임금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노위조정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만큼 투표는 가결될 전망이다. 노조는 중노위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시 파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HMM(옛 현대상선)은 1976년 창립한 이래 파업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올해는 파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8년간 임금동결'에 따른 희생을 보전하기 위해 노조가 두 자릿수 임금 인상을 고수할 것으로 관측돼서다. 노조는 일단 25% 인상을 요구했다. 선원들의 경우 생수비 지원(일일 2달러) 선원 충원 등을 교섭안에 포함했다.

반면 사측은 4차 협상에서 5.5% 인상에 격려금으로 월 기본급의 100%(일시금 약 400만~500만원)를 제시했다. 사측은 외부 컨설팅(상담) 결과 등을 바탕으로 약 11.8%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 입김에 인상률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사측 제시안에 대해 8년간 임금 동결을 고려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HMM이 경영상 어려움에 빠지자 육상직 임금은 2012년 이후 8년간, 선원 임금은 2015년을 제외하고 6년간(2013~2019년)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에 지난해 직원(해상직·육상직 포함)들의 평균연봉은 625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국내 중견 해운사 평균임금과 비교하면 약 2000만원 적은 수치다.

노조는 또 '격려금'이라는 용어에 조합원 여론이 크게 악화돼 현재는 추가로 협상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김진만 육상직원 노조위원장은 "회사 측의 첫 제시안은 우리가 파국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타게 했다"며 "조합원들 요구는 성과를 정당하게 보상해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인데 회사는 주인이 종한테 선물을 주는 것처럼 한다. 조합원들을 우습게 보는 회사의 태도가 파업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HMM은 사무직 직원이 주축인 육상노조와 선원들로 구성된 해원노조가 회사와 각각 임단협을 진행한다. 협상은 별개로 진행하지만, 임금인상 요구안 및 인상폭은 서로 공조해 맞춰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원노조에 따르면 2차 교섭은 지난 27일 진전없이 끝났다. 8월 3일 3차 교섭을 열 예정이다.

전정근 해원노조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HMM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육해상 다 합쳐도 1.3% 조금 넘는다"며 "전체로 보면 얼마 안 되는 인건비와 선원들 주부식비, 생수비 등을 아끼겠다고 하니 안타깝다. 이번 임금인상률은 무조건 두 자릿수는 넘겨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HMM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24.9%)인 산업은행이 높은 임금인상률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산업은행은 사측이 실시한 컨설팅 결과에도 완강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만큼 두 자릿수 임금인상률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HMM 경영진은 부채비율이 아직 높다는 점과 채권단 승인을 끌어내야하는 점을 들어 노조 설득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사측 관계자는 "상호간의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MM 노사는 지난해에도 임금 인상을 두고 파업 직전까지 갔다가 중노위 조정을 통해 막판 타결을 이룬 바 있다. 당시 노조는 8% 임금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과 이견이 커 진통 끝에 2.8% 인상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조정회의엔 배재훈 사장이 직접 참석해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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