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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공유지의 비극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29 18:09

수정 2021.07.29 18:09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 2구역 도심 공공 주택 복합 사업 현장을 방문해 사업 설명을 듣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부동산 담화에서 "소위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공동체를 위해 지혜를 모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 2구역 도심 공공 주택 복합 사업 현장을 방문해 사업 설명을 듣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부동산 담화에서 "소위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공동체를 위해 지혜를 모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중세 작은 마을이 있다. 양떼는 공유지(Commons)에서 풀을 뜯어 먹고 산다.
말 그대로 공유지라 먼저 뜯어 먹는 게 임자다. 시간이 가면서 양의 숫자가 늘어났고, 결국 초원은 황무지가 되고 만다. 공유자원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다. 그레고리 맨큐 교수(미국 하버드대)가 경제학 원론에서 한 이야기다.

해법은 없을까. 양의 숫자를 제한하거나, 풀 먹이는 권한을 경매에 부치는 방법 등이 있다. 맨큐 교수는 "토지는 더 쉬운 방법이 있다"고 제안한다. 곧 땅을 나눠서 각각 임자를 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럼 주인은 자기 땅에 담장을 칠 테고, 과잉방목에 따른 공유자원의 비극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맨큐는 소가 멸종하지 않은 이유도 재산권 보장에서 찾는다. 아프리카 초원을 거니는 코끼리는 공유자원이다. 어떤 밀렵꾼이든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다. 반면 소는 사유재산이다. 그러니 "목장 주인은 소의 숫자를 유지하는 것이 이득이 되기 때문에 소를 잘 관리한다." 맨큐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한다. "사람들은 공유재산은 잘 간수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다른 사람과 공유한 물건보다 자기 물건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8일 부동산 담화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언급했다. "공유지의 비극을 막으려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자 곧바로 비판이 나왔다. 유경준 의원(국힘)은 "주택은 사유재산이지 공유지가 아니니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희숙 의원 역시 "사유재산인 집을 공유지에 비유한 건 부적절하다"며 이를 '역대급 망언'이라고 비꼬았다.
두 사람 다 이코노미스트 출신이다.

다만 땅을 공유자원으로 보면 홍 부총리의 말도 이해가 간다.
이 시각에서 보면 부동산 투기꾼은 공유지를 훼손하는 욕심꾸러기 주민이다. 홍 부총리가 부동산을 공공재로 보는 정권의 천기를 누설한 걸까.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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