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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모 인터뷰'에 '쥴리 벽화·뮤비'까지...선넘은 '막장' 대선정국 [이슈 1인치]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7.30 08:32

수정 2021.07.30 08:32

지난 2019년 7월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가운데 부인 김건희씨가 윤 총장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뉴시스 제공
지난 2019년 7월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가운데 부인 김건희씨가 윤 총장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나이스 쥴리", "르네상스 여신", "서초동 나리들께 거저 줄리 없다", "비즈니스 여왕 그 엄마에 그 딸" 최근 유튜버에 게시된 '나이스 쥴리'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다. 쥴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유흥업소 접객원 출신이라는 루머에서 나온 이름이다.

대선 정국이 치열해지면서 '검증'과 '풍자'의 탈을 쓴 인신공격이 선을 넘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가족의 검증을 강조해 온 여권에서마저 일련의 사건이 "거북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이스 쥴리' 뮤직비디오. 백자tv 캡처
'나이스 쥴리' 뮤직비디오. 백자tv 캡처

■'아님 말고'식 루머 공격만
3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한 노인의 집을 찾아가 '김건희씨 동거설'이 사실인지 물었다. 노인은 김건희씨와 동거설이 제기된 검사 출신 A변호사의 노모. "내가 김명신(김건희씨의 개명 전 이름)이를 잘 안다" 등 노모의 발언을 근거로 동거설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보도 내용 이전에 취재 윤리를 어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취재 목적을 숨기고 "점 좀 보러 왔다"며 B씨에 접근했고, 94세 고령의 노인을 대상으로 무리한 인터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A변호사는 노모의 치매 진단서를 공개하며 "(열린공감TV는) 질문을 계속 유도해 어머니가 따라서 말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쥴리' 루머도 공개적인 비방의 소재가 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는 '쥴리' 소문의 내용을 담은 가로 15m, 세로 2m짜리 벽화가 등장했다. 벽화에는 '2000 아무개 의사·2005 조 회장·2006 아무개 평검사·2006 양검사·2007 BM 대표·2008 김 아나운서·2009 윤서방 검사'라는 문구가 적혔는데, 김건희씨가 '남성 편력이 있다'는 미확인 소문을 적어 조롱한 것이다.

가수 백자는 김씨의 루머를 갖고 노래와 뮤직비디오도 만들어 게시했다. 백자는 "생애 두번째 뮤직 비디오를 풍자쏭으로 찍었다"며 "치열한 공방전에 돌입한 쥴리. 후대에 쥴리전이라는 판소리가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 종로의 한 골목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뉴시스 제공
서울 종로의 한 골목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뉴시스 제공

■같은 진영에서도 "선 넘었다" 반응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다. 윤 전 총장과 경쟁해야 하는 범야권 후보들을 일제히 격분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과거 있는 여자는 영부인 하면 안 된다' 이런 몰상식한 주장을 싶은 거냐"고 반발했다. 같은 당 소속의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정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며 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도 '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공개 장소에 게시해 특정인을 일방적으로 조롱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목에 선풍기를 걸고 국민의힘 대변인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목에 선풍기를 걸고 국민의힘 대변인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이재명 캠프의 남영희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쥴리 벽화는 금도를 넘은 표현”이라며 “윤 전 총장 아내라는 이유로 결혼 전의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비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혼 전 사생활 조롱보다는 코바나컨텐츠 후원금 모금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정말 중요한 검증의 칼날을 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관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아무리 대선 후보지만 가정생활과 관련된 사생활은 자꾸 거론하는 건 옳지 않다. 벽화 사건은 물론 일반 시민이 한 행위지만 좀 지나친 행위인 건 틀림없다”고 말했다.

다만 윤 전 총장 측에서 법적 대응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는 “대선에 나오는 후보자로서는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게 옳지 않다”며 “대중의 관심에 대해 곧바로 사법적인 방법을 행사해 보복하겠다는 건 도량이 넓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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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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