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헌팅턴병 환자 뇌 직접 보고 원리 밝혀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3 12:00

수정 2021.08.03 12:00

KIST- 美 보스턴대-한양대 공동연구 성과
'XIAP'가 줄면서 뇌 신경세포 과도하게 죽어
뇌신경세포. 게티이미지 제공
뇌신경세포.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과학연구소 류훈 박사를 비롯한 공동연구진이 최초로 헌팅턴병 환자 뇌에서 신경세포가 너무 많이 죽게 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설명하기 어려웠던 헌팅턴병의 병리현상과 신경세포의 손상 현상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게 됐다.

류훈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실험쥐가 아닌 헌팅턴 환자의 뇌 조직에서 발견해 질병의 원인 파악과 치료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헌팅턴병 뿐만 아니라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다른 퇴행성 뇌질환들의 병리현상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팅턴병은 뇌 신경세포가 죽어 팔과 다리를 본인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또한 성격변화와 치매가 동반된다. 가족간에 유전되는 헌팅턴병은 부모 중 한쪽에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으면 자녀에게 유전된다. 30~40세 전후로 발병해 15년이내에 사망에 이르며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다.


공동연구진은 헌팅턴병 환자의 뇌조직에서 단백질 'XIAP'가 비정상적으로 적어지면서 신경세포가 과하게 죽는 현상을 발견했다.

분자 'p53'는 세포가 죽고 없어지는데 관여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단백질 'XIAP'가 분자 'p53'를 자가포식작용으로 분해해 세포손상을 줄인다. 그런데, 헌팅턴병에 걸리면 XIAP 단백질이 적게 만들어져 p53 분자가 줄지 않고 늘어나 비정상적으로 세포손상이 일어난다.

정상인의 뇌와 헌팅턴병 환자의 뇌에서 'XIAP' 단백질이 생기는 정도가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XIAP' 단백질을 면역조직화학법으로 염색해 갈색으로 관찰 할 수 있게 처리했다. 헌팅턴 환자의 뇌에서 'XIAP' 단백질이 생겨나는 것이 적음을 확인할 수 있다. KIST 제공
정상인의 뇌와 헌팅턴병 환자의 뇌에서 'XIAP' 단백질이 생기는 정도가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XIAP' 단백질을 면역조직화학법으로 염색해 갈색으로 관찰 할 수 있게 처리했다. 헌팅턴 환자의 뇌에서 'XIAP' 단백질이 생겨나는 것이 적음을 확인할 수 있다. KIST 제공
공동연구진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p53 분자가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해 세포손상에 발동을 거는 현상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XIAP와 p53의 상호 작용조절을 통해 헌팅턴병의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헌팅턴병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조절 가능한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단계다.
이와더불어 헌팅턴 환자의 사후 뇌조직에서 발견한 새로운 병리기전은 다른 퇴행성 뇌질환들의 병리현상을 여러각도에서 면밀히 이해하는데 뒷받침이 된다.

이번 공동연구진에는 류훈 박사를 포함해 미국 보스턴대 의과대학 이정희 교수, 한양대 분자생명과학과 서혜명 교수팀이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신경생물학의 발전(Progress in Neurob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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