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 당신의 비트코인은 안녕하십니까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3 18:55

수정 2021.08.05 15:13

[이구순의 느린 걸음] 당신의 비트코인은 안녕하십니까
요즘 부쩍 어느 어느 가상자산 거래소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많이 들린다. 영업실적이 좋지 않아 문을 닫게 된 경우도 있을 테고, 정부 신고절차를 완료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미리 사업을 접는 경우도 있을 테다.

가상자산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요건을 갖춰 정부에 신고를 해야 하는 기한이 9월 24일이니 이제 한달 남짓 남았다. 정부는 신고라고 쓰지만, 가상자산 기업들은 라이선스라고 읽을 만큼 신고를 하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한다. 시장에서는 소위 거래소 '빅4'로 불리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조차 신고 수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국내에 가상자산 거래소가 200개 남짓 된다니 앞으로 한달여 기간 문을 닫게 될 거래소가 부지기수일 것이다.
일부 영세 거래소는 문을 닫는다는 사전 공지조차 없이 하룻밤 새 자취를 감추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이들 거래소가 몇 백명이라도 회원을 확보하고 있을 테니, 거래소 폐쇄로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도 나올 게 뻔하다. 거래소가 문을 닫으면 당장 투자자는 거래소에 보관해 둔 가상자산을 현금화하기 어려워진다. 투자금이 고스란히 사라질 위험도 있다. 정부 신고요건을 맞추기 위해 상장해 뒀던 가상자산을 상장폐지하는 거래소도 생길 수 있다.

이쯤 되면 가상자산을 한번이라도 거래해 본 사람이라면 내 가상자산이 안전한 거래소에 제대로 보관돼 있는지 한번쯤 점검해 봤으면 한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511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국민 열 사람 중 한 사람꼴이다.

투자자 중에는 가상자산의 속성을 잘 알고 스스로 투자를 관리할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상자산 투자도 주식 투자쯤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게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증권거래소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정부가 관리하고 운영하는 증권거래소는 문 닫을 일도 없고, 투자자의 주식을 먹튀할 일도 없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는 민간기업의 사업이다. 사업실적이 변변치 않으면 망하기도 하고, 정부 요건을 못 맞추면 불법 거래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거래하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이름은 무엇인지, 정부 신고절차는 준비하고 있는지,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은 있는지 미리 살펴봐야 한다. 우리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어떤 절차도 만들어두지 않았다. 투자자가 스스로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내가 투자한 가상자산은 안녕히 잘 있는지 체크하고, 지금이라도 뭔가 위험하다고 하면 자산을 옮겨놓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유명한 가상자산이 아닌 수익성이 높다는 낯선 코인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가상자산의 상장이 유지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정부도 남은 한달여 동안 가상자산 거래소가 문을 닫아 피해를 볼 국민을 보호할 대책을 세웠으면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문을 닫을 때 일정 기간 투자자에게 폐쇄 여부를 공지하고, 투자자들이 자산을 찾아갈 수 있는 절차를 만들도록 정부가 기준을 제시해줬으면 한다.
단순히 신고서류를 접수한 거래소 이름을 금융위원회 홈페이지에 공지하겠다는 수동적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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