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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금융위원장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5 19:22

수정 2021.08.05 19:22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내정했다. 고 후보자는 금융위에서 주요 직책을 거친 금융 베테랑이다./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내정했다. 고 후보자는 금융위에서 주요 직책을 거친 금융 베테랑이다./사진=뉴시스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12월 3일 김영삼정부는 허겁지겁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약을 맺었다. 달러가 바닥난 터라 앞뒤 재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었다.
IMF는 급전 210억달러를 빌려주기로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IMF는 연말까지 한국 경제를 통째로 뜯어고칠 것을 요구했다. 그중엔 금융감독기구 설치법을 새로 만들라는 내용도 있었다. 부랴부랴 국회는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1998년 4월 새 법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가 출범했다. 초대 위원장에 이헌재가 임명됐다. 외환위기 폭탄을 맞은 부실금융을 구조조정하라는 중책이 맡겨졌다. 위원회 아래 금융감독원을 두었다. 기존의 은행·증권·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이 하던 일을 금감원으로 통합했다.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했다.

금감위원장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윤증현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른 윤 위원장은 "산업자본에 대못을 박는 것은 어리석다"와 같은 말을 서슴지 않았다. 금산분리를 금과옥조로 여기던 정권의 국정철학을 대놓고 밟았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이를 모른 척했으니 역시 배포가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은 금융감독위원회 간판을 금융위원회로 바꿨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하던 금융정책 기능까지 금융위에 주었다. 초대 위원장엔 민간인 출신 전광우를 발탁했다. 그 대신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장을 겸임하지 못하도록 했다. 전광우의 후임자는 모두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금융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고 후보자는 재무부,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위원회를 두루 거쳤다. 내일이라도 즉시 업무 착수가 가능한 금융 베테랑이다. 초저금리로 주식·부동산 시장에 생긴 자산거품을 연착륙시키는 게 최대 과제다. 가상자산(암호화폐)도 새 위원장이 다뤄야 할 뜨거운 감자다.
신임 금감원장엔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전 기재부 차관보)이 내정됐다. 고승범·정은보는 행시 28회 동기다.
찰떡 콤비를 기대한다.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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