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한일외교 상처 치유못한 도쿄올림픽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5 19:22

수정 2021.08.05 19:22

[강남시선] 한일외교 상처 치유못한 도쿄올림픽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도쿄올림픽이 2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대장정의 막을 이번주에 내린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이 즐겁기도 했지만,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속에서 올림픽이 강행돼 안절부절못했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일 외교참사까지 겹치면서 찜찜했던 마음은 아직도 개운치 않다.

올림픽 기간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을 검토하던 와중에 주한 일본공사가 문 대통령에 대한 성적인 망언을 하는 외교참사까지 벌어져 한일 외교가 다시 냉각기로 돌아섰다. 문제의 발언을 한 일본 소마 공사는 2년 임기를 마치는 시점에 자국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도쿄 올림픽 기간에 우리 대통령의 방일이 마치 확정적인 것처럼 돌아가면서 일본의 보수성향 언론들이 기사화하는 외교적 결례까지 범했다.
더욱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문 대통령의 방일 오보를 낸 일본의 주력 언론은 오히려 방일 무산을 한국 책임으로 돌렸다는 점이다.

일본은 '전쟁 책임'을 기억하는 옛 세대가 사라지면서 빠르게 우경화 길을 걷고 있다.

또 지난 2016년 7월 일본이 위안부 합의에 따라 한국에 10억엔(106억원)을 출연하고 나면 그동안 한일 간 외교 문제였던 위안부 문제가 끝나는 것으로 일본은 철저히 믿고 있다.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일본 기업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은 뒤 일본의 불만은 더 노골화됐다.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을 지켜야 한다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전임 정부에서 합의한 것들을 되돌려선 안된다는 것이다. 돈과 협정으로 모든 게 해결됐다는 게 일본의 주장이다. 피해자들은 일본이 사과한 뒤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과하지 않는 일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모인 명성황후 시해 후 120여년이 지났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본 정부는 증거 불충분의 이유를 들어 범행에 가담한 48명의 살해범 전원에게 무죄를 주장했다. 또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구시다 신사에는 명성황후 살해에 사용된 '히젠도'가 여전히 보관돼 있다. 반성과 사과하지 않는 일본을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물이다.

얽히고설켜 감정싸움까지 겹친 한일 외교관계 복원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일본은 집권 자민당 총재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 임기가 내달 말 끝난다. 스가 정권이 연임하기 위해선 표심을 의식해 우파 강경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반성과 사과하지 않는 일본의 극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한국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도 더 이상 국민감정상 어렵다.

'사드 보복'을 일삼았던 중국은 최근 한국에 조금씩 손을 내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들의 고립작전에 위기를 느낀 중국이 이웃나라 한국에 대한 유화책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 지식인들도 우경화 정책을 계속 펼칠 경우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어긋난 한일 관계를 서둘러 봉합해 뒤탈이 생기는 것보다는 냉철하고 신중하면서도 유연한 외교관계 복원을 모색해야 한다.

rainman@fnnews.com김경수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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