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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세계 최강항공모함 가질 수 있나(하) [밀리터리 동서남북]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7 00:01

수정 2021.08.07 00:00

[파이낸셜뉴스]
한국도 세계 최강항공모함 가질 수 있나(하) [밀리터리 동서남북]

지난 6월 부산 벡스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선보인 항공모함 전투단 개념도. 자료=해군 제공
지난 6월 부산 벡스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선보인 항공모함 전투단 개념도. 자료=해군 제공
■대한민국 항공모함 보유의 당위성
대한민국은 북한으로부터 심각한 비대칭 전력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와 같이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으로부터 치열한 군비경쟁, 해양통제, 침해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항공모함의 전력화 보유는 주변국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하는 데 대공, 대지의 유효한 기반적 플랫폼이 되어 줄 수 있다. 상시 배치된 가운데 해상통제와 바다 위의 제공권 확보라는 두 가지 작전을 동시에 수행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은 국가위상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국제사회로부터 공동안보임무 참여를 더욱 요구받고 있다. 전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분자에 대한 대응과 재난구호 등 다양한 임무를 거부할 수 없는 국가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항모의 크기에 따른 분류는 크게 4종류로 10만t급 내외의 초대형항모 슈퍼캐리어(supercarrier), 6만t급 이상의 대형항공모함, 4만t급 내외의 중형항공모함, 1만5000t 내외의 경항공모함으로 나뉜다.


항공모함의 건조 유지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당대 국가가 보유한 최신 기술력이 집약된다. 여기에 연구개발(R&D) 비용은 그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견해이다. 기술적 허들도 만만치 않다. 항공모함을 건조, 유지 보수 할 수 있는 기술력과 경제력을 갖춘 국가는 전 세계를 통틀어 10여개국에 불과하다.

함재기의 기체 확보에 드는 비용은 항모건조 비용 자체보다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염분과 갑판에 내려앉거나 날아오르는 충격을 견뎌야하기에 육상기에 비해 굉장히 튼튼해야 하고 전력화 완성에 이르는 파이로트의 고도의 조종능력 배양까지 난이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항공모함을 지키는 ‘항모전단’도 필요하다.

F-35B 스텔스 전투기가 동중국해 해상에서 작전 중인 미국 해군 원정타격단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LHD-1)에서 이륙하고 있다. 한국형 항공모함에서 운용하게 될 함재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공군이 도입 중인 F-35A의 파생형인 F-35B가 한국형 항공모함의 첫 번째 함재기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항공모함은 보유 전력의 특성상 항공 작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함재기의 발진 명령 등 항공기와 관련된 직접적인 지휘는 항모에 탑승한 비행단장의 임무다. 여기엔 조종사뿐만 아니라 정비사 및 항공기들의 지원을 담
F-35B 스텔스 전투기가 동중국해 해상에서 작전 중인 미국 해군 원정타격단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LHD-1)에서 이륙하고 있다. 한국형 항공모함에서 운용하게 될 함재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공군이 도입 중인 F-35A의 파생형인 F-35B가 한국형 항공모함의 첫 번째 함재기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항공모함은 보유 전력의 특성상 항공 작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함재기의 발진 명령 등 항공기와 관련된 직접적인 지휘는 항모에 탑승한 비행단장의 임무다. 여기엔 조종사뿐만 아니라 정비사 및 항공기들의 지원을 담당하는 행정병도 포함된다. 자료=뉴스1
■항모 전력 21세기에도 유효한가
한편 최근 회피기동이 가능한 이스칸데르형 전술유도탄과 러시아의 아반가르드(Avangard) 지르콘(Zircon), 둥펑(東風) 시리즈 같은 마하5 이상의 극초음속(Hypersonic) 순항 미사일 등 정밀타격무기의 개발로 항모전력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등장했던 사례는 적지 않았다.

전쟁사를 전공한 국제정치학자 이춘근 박사는 “전쟁사와 무기발달사를 보아도 어뢰가 발명되었을 때 전함의 시대가 끝났다고 여겨졌고, 잠수함이 발명됐을 때도 이미 항공모함의 시대는 끝났다고 여겨졌다, 대전차미사일이 개발됐을 때 탱크의 시대는 끝났다고 여겨졌고, 지대공미사일이 발명되었을 때 전투기의 시대는 끝났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아직도 탱크와 전투기, 항공모함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며 “중국의 둥펑(東風) 시리즈 DF-21, DF-21A, DF-21D, DF-26, DF-31, DF-41 등과 같은 사거리 1500~5000Km에 이르는 ASBM(Anti-Ship Ballistic Missile : 대함탄도미사일)과 IRBM(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 : 중거리탄도탄미사일)의 개발은 항공모함이 막아야 할 무기의 종류가 하나 더 추가된 데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2019년 10월 1일 열린 신중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선보이고 있다. 둥펑 시리즈 중 둥펑-21, 둥펑-21A, 둥펑-26 등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해군 전력에서 열세인 중국이 비대칭전력으로 미국의 항공모함을 겨냥한 세계최초의 대항공모함 특화미사일로 알려져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2019년 10월 1일 열린 신중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선보이고 있다. 둥펑 시리즈 중 둥펑-21, 둥펑-21A, 둥펑-26 등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해군 전력에서 열세인 중국이 비대칭전력으로 미국의 항공모함을 겨냥한 세계최초의 대항공모함 특화미사일로 알려져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최고속도 마하 9~25에 이르는 극초음속 대함탄도미사일이 현대전에서 큰 위협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나 한마디로 완전한 게임 체인저로 작용할 수는 없다는 것. 모든 인류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도전과 응전의 연속’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항모는 격침이 가능한 모든 기술력 문제, 탄도미사일의 원형공산오차(CEP, Circular Error Probability)와 타탄두, 극초음속, 탄두의 파괴력 등을 모두 해결했다고 해도 상대의 모든 핵심 군사전력을 일시에 궤멸시켜 완전한 재기불능 또는 반격불능 상태로 만들 수 없다면, 항모의 격침은 필연적으로 상대국과의 보복·전면전(또는 동맹진영과의 확전, 상대에 따라 핵전쟁 유발)을 각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항모의 공방에는 국제 군사·정치·외교적 측면의 전략적 판단이 심도 있게 고려돼야 하므로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함부로 파괴할 수 있는 전략자산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미 항모는 여전히 ‘불침항모’로 평가받는다.

KF-X는 올 4월 9일 시제 1호기 출고식에서 큰 기대와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고, 한국형 항모의 건조 및 실전 배치가 2030년대 초반으로 예정되어 있어 해군형 KF-X의 개발 및 배치가 가능하다는 주장과 운용 환경이 달라 KF-X의 해군형 개량이 어렵다는 반론도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항모의 설계 건조에는 함재기의 선정과 운용에 관한 R&D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한국항공우주산업 홈페이지
KF-X는 올 4월 9일 시제 1호기 출고식에서 큰 기대와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고, 한국형 항모의 건조 및 실전 배치가 2030년대 초반으로 예정되어 있어 해군형 KF-X의 개발 및 배치가 가능하다는 주장과 운용 환경이 달라 KF-X의 해군형 개량이 어렵다는 반론도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항모의 설계 건조에는 함재기의 선정과 운용에 관한 R&D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한국항공우주산업 홈페이지
■대한민국 항공모함의 조건, 임무, 전력화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7위의 수출국, 전체 경제 규모로는 11위 내외로, 선박 건조부문 조선업 기술력은 글로벌 1위’로 평가받는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이 2021년 조사·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력은 세계 8위권으로 평가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와 미국의 군사력 평가 전문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자료를 종합하면 한국은 국방비는 2020년 연간 GDP의 2.4%, 약 440억달러 (약 50조5800억원)수준으로 조사대상국 138개국 중 9위로 평가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구촌이 신음하고 있지만 이렇듯 한국은 경제적 수준과 다양한 안보위협과 임무가 내재한 항모확보조건의 필요충분조건을 이미 가지고 있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항공모함 전단은 움직이는 미사일 방공체계이자 대공·대함·대지·대잠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우리를 위협하는 막강한 상대라도 무시할 수 없는 치명적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이른바 한국형 역(逆)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 Area Denial)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시급한 전력이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원리에 따른 한미동맹의 강화와 전면전 발생 시 전쟁을 주도해 승리할수 있는 능력을 현시함으로써 한반도 위기 때마다 동맹국인 미국의 전략무기의 한반도 배치만을 기대하는 의존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신뢰성 강화와 강력한 비대칭 전력의 개발, 강력한 항모의 전력화는 전쟁억제와 국제 평화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난 6월 부산 벡스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선보인 현대중공업이 개념설개한 경항공모함 조감도. 자료=현대중공업
지난 6월 부산 벡스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선보인 현대중공업이 개념설개한 경항공모함 조감도. 자료=현대중공업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우리 해군이 추진하는 경항공모함(CVX) 사업을 두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경쟁을 펼쳤다. 해외군사전문사이트에는 대체로 경항모(4만t급) 건조에 약 3조5000억원, 중형항모(7만t급) 건조에는 6조원 정도가 소요(탑재기와 전단구성 제외)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한국형 경항모의 경우 3만t급 2조원대로 잡고 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경항공모함 사업은 지난해 9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공식화돼 내년 입찰이 예상된다.

한국 보유 첫 항모가 필요한가 경항모인가 중형항모인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항공모함은 건조, 진수 후에도 적어도 수년~십수년의 실전 전력화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년 혹은 영국과 같이 50년 수명연한의 미래를 내다보고 추진해야 하는 국가전력 기획 사업인 것이다.

2021년 5월 일본 근해에서 미국의 상륙함과 일본의 강습헬기항모, 프랑스의 미스트랄급 상륙함, 호주의 함정 등이 동원돼 미·일·프랑스·호주 연합 해상기동 훈련을 벌이고 있다. 8월에는 미·영·일 연합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참여국 모두 적극적으로 대중국 견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다. 자료=미국 국방 영상정보 배포시스템(DVIDS)
2021년 5월 일본 근해에서 미국의 상륙함과 일본의 강습헬기항모, 프랑스의 미스트랄급 상륙함, 호주의 함정 등이 동원돼 미·일·프랑스·호주 연합 해상기동 훈련을 벌이고 있다. 8월에는 미·영·일 연합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참여국 모두 적극적으로 대중국 견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다. 자료=미국 국방 영상정보 배포시스템(DVIDS)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역할뿐 아니라 힘의 논리가 바탕이 되는 국제군사정치적 측면에서도 항공모함의 보유는 단순히 해군전력만의 전술플랫폼 정도로 봐서는 안되며 전력의 총화로서 국가전력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 군사전략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19세기 미국의 전략지정학자 알프레드 머핸(Alfred T. Mahan) 제독의 ‘해양력 개념’은 미국 군사정책과 독일, 영국 등 전 세계 해군의 전략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 때문에 1890년대 유럽의 해군력 증강 경쟁이 일어났으며, 이것이 제1차 세계 대전의 원인 중 하나라는 평가가 있다. 머핸의 사상은 지금도 미 해군 교리 곳곳에 남아 있다. 그는 명저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에서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도전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쥐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양해군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 용어해설 -

※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 :
비행갑판 후부에 있는 착함(着艦)용 갑판 부분에 3~4개를 설치한다.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착륙할 때 쓰는 장치. 비행기를 짧은 활주거리에서 착륙 및 정지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강철재질의(여러 가닥의 강철 철사를 합쳐 꼬아 만든다) 줄을 가리킨다. 어레스팅 케이블(arresting cable), 어레스터 케이블(arrestor cable), 어레스터 와이어(arrestor wire)라고도 불린다.

항공모함의 비행갑판 위에는 보통 3~4개의 어레스팅 와이어(어레스팅 케이블)가 설치되어 있다. 전투기는 착륙을 할 때 수직미익 아래에 설치된 어레스팅 후크(Arresting hook)라는 갈고리를 아래로 내린다. 그 후크가 와이어 3~4개 중 하나를 낚아채면(걸리면), 그 와이어가 전투기를 뒤로 잡아당긴 후 착륙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때 전투기의 후크에 어레스팅 와이어가 걸리지 않으면 곧바로 최대 출력으로 이륙해야 하기(저속으로 착륙하면 어레스팅 와이어에 걸리지 않을 경우 양력을 받아 재이륙을 하지 못하고 갑판을 벗어나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 때문에 항모의 갑판에 내려앉는 전투기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엔진 풀파워로 착륙을 시도해야 한다.


※ 캐터펄트(catapult) : 오늘날은 항공모함의 비행갑판 앞쪽에 수십m~100m 길이로 홈을 파고, 그 밑에 압축공기나 증기의 힘으로 앞쪽으로 고속 이동하는 장치를 하여, 그것에 비행기와 연동되어 그 밀어주는 힘에 의해 탑재함이 양력과 속력을 받아 탑재기를 갑판에서 이륙시키도록 되어 있다.

※ STOVL(Short Take-off and Vertical Landing=단거리이륙-수직착륙) 비행기와 스키 점프대를 사용하는 항공모함은 캐터펄트와 어레스팅 기어가 없다.
미국과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 모든 항공모함은 STOVL 비행기와 스키 점프대를 사용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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