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전민 기자 = 역대급 공모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들이 6일부터 줄줄이 증시에 입성한다. 업종 내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상장하는 만큼 투자자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이 워낙 크다 보니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대규모 주식 물량으로 인한 증시와 섹터 내 수급부담 우려도 나온다. 다만 수급 이슈는 단기간 영향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이날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
코스피 상장사인 카카오뱅크(18조5289억원)와 크래프톤(24조3512억원), 롯데렌탈(2조1614억원)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합계는 45조415억원이다. 이는 코스피 시가총액 2306조824억원(전날 종가 기준)의 1.95%에 해당한다. 올해내 상장을 추진 중인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등까지 합치면 시가총액이 200조원에 달해 올해 IPO 종목의 코스피 시장내 시가총액 비중(7%)이 2001년 이후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 주식 공급에 의한 '소화불량'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가 반드시 악재는 아니고 기업공개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들의 자본조달이 활발하다는 의미인 만큼 증시 호황을 의미한다"면서 "그러나 대체로 전체 증시 시가총액의 2~3% 이상 주식공급이 늘어나면 후유증이 컸다. 대규모 IPO는 주식 공급 증가로 기존 유통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허 연구원은 1999년~2000년 닷컴버블과 중국 증시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닷컴버블 폭락 직전 IPO가 급증했고 대규모 IPO가 폭락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또한 2006~2007년 중국 페트로차이나 상장 당시 주식 공급 규모는 시가총액의 3~4%에 달했고,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이후 2년간 부진했다.
반면 시중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한 만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닷컴버블 시기에 코스닥 내 신규주식 공급 증가에 따른 시장붕괴 경험이 있지만 지금은 증시 내 산업구도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M2(광의통화)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90%로 전고점 수준이지만 국내와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진 대만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대만 증시는 2018년 이후 비메모리 기술력 부각으로 프리미엄이 커졌다는데, 최 연구원은 "국내 증시도 성장산업의 비중이 커진 만큼 M2 대비 시가총액 비율의 추가 상승 여지는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급교란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과거 대형 IPO 사례를 보면 증시의 방향 자체를 바꿔 놓았던 경우는 없었다.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는 이슈가 아닌만큼 단기 노이즈에 그칠 것이며 걱정할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어들의 상장이 섹터 내 다른 종목들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IPO 예정 기업들은 각 섹터를 대표하는 기업이 많은데 이들이 해당 섹터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는 지난해 빅히트 상장 후 엔터주 움직임"이라며 "상장 전에는 다른 기업들이 밸류에이션 상승 기대로 올랐지만 상장 직전에는 종목 교체 가능성으로 하락했고, 상장 이후에는 비슷하게 움직였다. 대어 IPO로 업종 주도주가 바뀌는 과정은 해당 업종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최유준 연구원은 "업종 내 시총 비중이 10%를 상회하는 신규 종목의 상장 전·후로 해당 업종 지수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데, 신규 종목을 담기 위해 동일 업종 내 기존 종목의 비중을 축소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같은 수급부담은 단기적인 요인으로, 삼성생명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를 보면 해당 업종 지수는 상장 후 10거래일 이후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펀더멘털 이슈가 아닌 수급부담은 단기적인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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