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실제 주식 투자가 얼마나 활발한지 가늠할 수 있는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가 처음으로 5000만개를 넘겼다. 투자 연령층도 기존 30~40대에서 미성년자, 노년층까지 확대돼 '투자 붐'이 한국 사회 전반의 키워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5002만6237개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중순 4000만개를 처음으로 넘긴 이후 약 4개월 반 만에 1000만개가 늘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고 최근 6개월간 1회 이상 거래가 있었던 계좌를 말한다.
특히 지난 4월엔 활동계좌 수가 전월 대비 12.10%나 급증하며 최근 2년 새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증시 활황에 더해 4월 28~29일 이틀간 80조9017억원이라는 기업공개(IPO) 사상 역대 최다 증거금을 모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 청약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식 투자를 향한 관심이 늘면서 과거 30~40대 중심이던 투자 연령층도 더 다양해졌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새로 개설된 계좌 중 미성년자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7.62%로, 작년 3월(3.67%)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올해 들어선 월별 신규 계좌의 10% 내외를 매월 20대 미만이 차지할 정도로 그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모습이다.
50대 이상 장·노년층 비중도 크게 늘었다. 키움증권 집계 결과 지난해 3월 17.58%에 그쳤던 50대 이상 신규 계좌 비중은 지난 6월 누적 19.25%까지 증가했다. 이달 초 삼성증권이 조사한 중개형 ISA 계좌 자료에서도 장·노년층 비중은 50대 21.45%, 60대 이상 9.62% 등으로 전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과거 계좌를 개설했지만 15년 넘게 거래를 하지 않다가 올해 초 공모주 청약을 하면서 다시 투자를 시작했다는 조모씨(61)는 "투자보단 저축을 성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금리가 낮고 주변에서 주식 이야기를 많이 하니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저금리를 비롯해 소득·고용 증가율 침체, 가파른 집값 상승 등으로 쌓인 피로감이 주식투자 활성화로 나타난 것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국면의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된 현상 중 하나는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크게 확대된 점"이라며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주식시장 저평가와 이후 신속한 반등이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누적된 개인투자자의 잠재 투자수요를 자극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jo@fnnews.com 조윤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