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서상혁 기자 = 주식의 ‘주’자도 몰랐던 34세 직장인 A씨. ‘벼락거지(주식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가난해지는 사람)’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작년 말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로 1억2000만원을 마련해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A씨는 요즘 주식 차트를 볼수록 부아가 차오른다. 수익률은 –30%인데 이자는 매달 통장에서 30만원씩 꼬박꼬박 빠져나간다. 금리가 조만간에 더 오른다는 소식에 이자 부담이 커질까봐 고민이다. 일단은 생활비를 더 줄여나가기로 했다.
B씨는 최근 투잡족이 됐다. 지난해 결혼하면서 6억원 짜리 집을 매입했는데 보험사 담보 대출로 3억원, 개인 신용대출로 1억원을 받았다. 외벌이라서 투잡 외에는 이자를 갚아나갈 방법이 없다. 달콤한 신혼생활 대신 퇴근 후 아내와 함께 배달원 생활을 하고 있다. 투잡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데 조만간 이자가 오를 것이라는 얘기에 ‘하우스푸어’인 그는 막막하기만 하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C씨는 빚투 행렬에 동참했다. 그는 지난해 9억원짜리 아파트를 전세 끼고 샀다. 그런데 내년 초 이사를 앞둔 요즘, 늘어날 이자가 걱정이다. 전세금 5억4000만원을 세입자에게 주려고 현재 이용 중인 전세자금대출 3억원을 주택담보대출 4억원으로 갈아타면서 100만원의 이자를 매월 상환하려고 했지만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얘기에 계획이 꼬였다. 저축은 언제 하나 싶다.
한국은행이 빠르면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주식이나 부동산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빚투(빚내서 투자) 한 이들의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가계 대출자 10명 중 8명은 이자 부담이 커진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6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은 81.5%다. 2014년 1월의 85.5%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의 63.8%와 비교하면 17.7%포인트나 상승했다. 대출금리가 1%p 상승하면 이자부담 규모는 11조8000억원 늘어난다. 게다가 부실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고위험군인 다중채무자는 작년 말 기준으로 423만6000명에 육박했다.
특히 빚투는 아직 재산 형성이 불완전한 20·30대가 주로 이끌어왔던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 연체율이 급증해 금융시장에도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기준금리 인상 전망…1%p 상승시 이자부담 규모 11.8조
8일 금융권에 따르면 8월 중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7명의 위원 중 5명이 금융·부동산시장 안정 등을 위해 현행 0.50%인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JP모건은 한은이 8월을 시작으로 4분기, 내년 3분기 등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시장에 기준금리 인상 ‘분위기’가 선(先)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기준금리 인상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5일 기준 시장금리 바로미터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414%로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 밝힌 지난 5월27일 대비 0.29%포인트(p) 상승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들은 20·30대다. 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불어 닥친 빚투 열풍의 최일선에 있었던 탓이다. 올해 1분기말 기준 국내은행 가계대출 잔액을 보면 20대는 43조6000억원, 30대는 216조원으로 빚투가 본격화한 지난해 2분기 말(20대 35조6000억원, 30대 190조4000억원) 대비 각각 22.47%, 13.44% 증가했다.
문제는 최근 자산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이들이 체감하는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20·30대의 빚투 열풍이 분 주식 시장의 경우 개미들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뉴스1이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올해 상반기(1~6월) 개인, 기관, 외국인의 투자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기관과 외인이 각각 41%, 35% 벌 때 동학개미의 수익률은 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20대의 주요 투자처로 꼽히는 암호화폐 시장도 최근 급락세를 보였다. 게다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기한인 9월24일을 앞두고 암호화폐 거래소의 대대적인 퇴출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4월13일 오전 9시 개당 7146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지난 4일 오후 5시 기준 4380만원으로 떨어졌다. 대표적인 알트코인인 리플은 지난 4월14일 2063원에서 지난 4일 798원으로 내려앉았다. 각각 63.1%, 61.3% 하락했다. 한국인의 90%는 알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에 집중적인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이는 30대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집값은 올랐지만 당장 통장에서 빠져나갈 이자가 늘어나게 됐다.
◇ 자산 상승세 한풀 꺾이면서 이자 부담 체감도 더욱더 높아져
20·30대를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차주들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후폭풍이 불어닥칠 가능성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30세대의 연체율 리스크가 있다”고 했다. 그는 “빚을 내 투자한 사람이 특히 위험하기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연체율 리스크에 자산 가격이 하락할 우려도 있어 이중고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20대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0.41%에서 올해 1분기 말 0.31%로 떨어졌다. 이 기간 30대의 연체율은 0.23%에서 0.15%로 낮아졌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연체율도 동반 하락한 것인데 반대로 시장금리 상승 시 연체율도 같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2030 세대의 빚투 열풍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의 여파가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대출을 조이고 있지만 가계대출 상승세는 여전하다. 올 1분기 말 기준 20~30대의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259조6000억원으로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1분기 대비 20.8% 늘어났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2.1% 늘어난 695조3082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1억원의 대출을 받아서 주식 투자를 하는 D씨는 “이자 비용이 30만원 정도인데 금리 인상으로 이자가 오를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크기에 투자를 멈출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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