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코로나19를 끝내기 위한 각국의 백신 접종이 한창이다. 더 이상 어떤 감염병이 퍼지지 않는 수준인 집단면역 70%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집단면역 고지의 마지막 싸움 상대는 '코로나19는 실체 없는 가짜다'거나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주장은 제약사의 농간이다' '우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는 유사과학이나 음모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5월25일 코로나19 백신 1회 이상 접종자들이 1억6400만명을 기록하며 인구대비 50%를 넘겼다. 하지만 그후 이 수치는 감질나게 조금씩밖에 오르지 못했다.
그간 많은 접종 독려 정책이 있었고 최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 접종자에게 무조건 100달러를 지급한다고 했지만 이를 통해 인구의 70%로 접종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아있는 이들은 백신을 절대로 맞지 않겠다는 '백신반대론자', 소위 '안티 백서'(Anti Vaxxer)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발표된 갤럽의 국가별 백신 수용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백신을 맞겠다고 하는 백신 수용도가 53%에 불과하다. 이를 참고하면 현재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최대치에 다다른 것 아닌가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65%로, 조사대상인 116개국에서 45위를 차지했다. 미국 밑으로는 대부분 과거 사회주의 국가였던 동유럽 국가들이었다.
김우주 고대 감염내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접종률이 어느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있다. 소위 안티 백서들 때문인데 이들이 백신을 안맞는 이유는 한가지가 아니다. 공화당원들은 정치적 이유, 캘리포니아 쪽은 채식주의 등의 철학적 이유, 아미시(현대문명과 단절되어 살고 있는 기독교 일파)들은 종교적 이유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현대 백신 거부 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1998년 과학학술지 '랜싯'에 실린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의 논문이었다. 그는 논문에서 MMR 백신(홍역·볼거리·풍진 혼합 백신)이 자폐성 퇴행과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신 생산 회사를 고소한 부모들의 변호사에게 연구비를 받은 것이 알려지고 논문에도 입맛에 맞는 내용만 담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0년 이 논문은 철회되고 웨이크필드는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김우주 교수는 "그럼에도 그의 잘못된 이론은 미국으로 건너가 환영받고 백신 반대운동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미생물이 전염병을 일으킨다고 한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와 독일의 로베르트 코흐의 '세균이론'에 반대하는 '세균이론부정론'(GTD)도 백신반대자들의 이론적 바탕이 되어왔다.
이들은 세균은 늘 존재해왔고 병을 일으킨 것은 균형이 깨진 우리 몸과 마음이라고 주장한다. 즉 외부에서 들어오는 병원체보다 우리 몸의 '생물지형'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이들의 주장은 대체의학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백신부정론자들의 목소리가 강하지 않은 편이다. 3일 발표된 보건복지부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에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 중 예방접종을 받겠다는 응답은 84.1%로 한 달 전보다 6.8%포인트(p) 상승했다.
김우주 교수는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백신 부정론이 적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인터넷 상에 그런 분위기는 좀 있었다. 대체로 부작용에 대한 국가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안되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 것이 이유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끝까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이 20%는 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이목을 중시하거나, 집단의 일부로서의 책임을 더 중시하는 문화가 압력으로 작용하면 이 수치는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백신 수급만 원활하면 접종에 대한 열망은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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