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통장 만들기 아르바이트”. 유령법인 설립까지... 대포통장 유통, 징역 몇 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0 09:00

수정 2021.08.10 15:17



지난달 7일 대포통장 200여 개를 만들어 범죄조직에 유통하고 범죄수익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일당 13명이 수사기관에 검거되었다. 인천 남동경찰서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5명을 구속하고 8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4년간 유령법인 76개를 설립하여 대포통장을 개설하고 보이스피싱, 사설 토토사이트, 가짜투자사이트 등 범죄조직에 통장을 유통하여 약 34억 원의 수익을 챙겼다.

대포통장 유통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2015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최근 5년간 불법유통된 대포통장은 12만 8,535개에 달한다.

대포통장 유통 조직에서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내세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로부터 개인 명의의 통장을 양도받거나 유령법인을 설립하도록 하여 법인 명의의 계좌 개설을 유도한다. 인터넷에서 은어인 ‘개인장’, ‘법인장’, ‘장집’ 등으로 검색하면 쉽게 대포통장 조직과 접촉이 가능한 상황도 문제이다.

하위 조직원들은 본인 명의로 유령법인을 설립하여 계좌를 개설한 다음 상위 조직원에게 넘겨주거나 법인 설립 또는 통장 개설을 해 줄 아르바이트생들을 끊임없이 물색한다. 상위 조직원은 만들어진 대포통장을 공급해 줄 거래처, 즉 범죄조직과 접촉하여 통장을 거래한다. 유통 구조가 이러하다 보니 하위 직급에서는 본인이 만든 대포통장이 어디로 유통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통장 만들기 아르바이트”. 유령법인 설립까지... 대포통장 유통, 징역 몇 년?


형사전문변호사로서 보이스피싱, 사설 토토사이트, 대포통장, 사설선물거래소 등 경제범죄에 특화된 사건을 다수 진행하는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변호사는 “예금통장이나 OTP 등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항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유령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는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하면서 “통상 개인명의의 통장을 1, 2건 정도만 대여하였다면 벌금형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지만 업무방해 혐의가 함께 적용되었다면 대부분 징역형이 선고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곽준호 대표변호사는 “특히 대포통장 유통 조직의 상위 직급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업무방해 혐의 이외에 대포통장을 공급받은 범죄조직의 공범으로 판단되어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면서, “만약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공급하였다면 사기죄의 공범으로 기소되어 처벌 수위가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장 만들기 아르바이트”. 유령법인 설립까지... 대포통장 유통, 징역 몇 년?


법무법인 청 형사전담팀은 “통장 대여 행위는 단순 고수익 아르바이트가 아닌 엄연한 불법행위임이 널리 알려져야 하고, 만일 대포통장 유통 조직에 가담하여 혐의를 받고 있다면 양도받은 범죄조직을 직접적으로 도운 것으로 판단되지 않도록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혐의를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