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영화 '학교 가는 길' 두고 이번엔 "내 장면 빼달라"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09 18:39

수정 2021.08.09 18:39

특수학교 개교 다룬 다큐멘터리
설립반대 주민 가처분 신청 제기
조희연 교육감 등은 상영 지지
장애인 특수학교 개교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 상영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님비'를 주장한 일부 주민이 해당 다큐멘터리의 일부 장면 삭제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벌어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까지 나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막아달라"고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을 배급한 영화사 진진 측에 따르면 9일 '강서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참여 주민 1명이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한 영화 '학교 가는 길'(감독 김정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은 취하됐다. 대신 해당 채권자는 자신의 등장 분량을 삭제해달라며 법원에 장면 삭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서진학교의 설립에 반대한 주민들의 모임인 '강서 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 소속인 A씨는 영화에서 자신이 모자이크 처리돼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진과 김정인 감독 측은 주민들의 목소리도 균형감 있게 다루려 노력했으며, 공익 목적으로 제작한 영화인 점을 고려해 상영을 금지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은 서진학교를 개교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 갈등과 장애인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올해 5월 5일 개봉했다. 서진학교는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2017년 9월 주민토론회에서 무릎을 꿇고 이 학교 설립을 호소하면서 사연이 널리 알려졌다.

학교 가는 길을 지키기 위한 청원 운동도 벌어졌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다큐영화 "학교 가는 길" 지켜 주십시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2시 현재 6833명이 참여한 상태다.


청원인은 "'학교 가는 길'은 지역사회의 무관심과 냉대로 17년 간이나 멈춰 있던 서울시내 신규 특수학교 설립을 장애학생의 엄마들이 무릎까지 꿇는 용기로 이끌어낸 사연을 담아냈다"며 "찬반 양측의 대립만을 단편적으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폐해, 모순된 사회 구조 속에서 오랜 기간 고통을 당한 주민들의 애환 등 지역의 역사성과 특수성을 충실하게 담은 작품으로 찬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상영을 지지하고 나섰다.
조 교육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고 "얼마 전 서진학교 설립을 반대했던 측 일부가 '학교 가는 길'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가처분신청을 한 주민들께서도 이 영화를 편견 없이 보고 가처분신청도 거둬 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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