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차이나 톡] 중국의 숙제 '소비 살리기'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0 18:47

수정 2021.08.10 18:47

[차이나 톡] 중국의 숙제 '소비 살리기'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달 14일 베이징에서 경제 분석 전문가·기업인 등을 모아 놓고 "중국 국내외 환경이 여전히 복잡하고 불확실하며 불안정한 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 경제운용을 조율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인들에게 분발하라는 지시다.

리 총리의 이런 요구는 흔들리는 중국 경제 숫자가 배경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다. 올해 1·4분기는 18.3%를 기록했다. 1992년 이후 29년 만에 최고치다. 하지만 2·4분기는 7.9%로 반토막이 났다.
작년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소멸하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대응이 쉽지 않는 조건이 있었다고 감안해도 큰 낙폭이다. 걱정은 상고하저 양상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리 총리는 "경제 어려움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제조업 강국이라는 점에서 이견을 내세울 이는 거의 없다. 미·중 갈등 이후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디지털 경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넣고 있어도 아직 중국을 지탱하는 원동력은 제조업이다. 그러나 중국 제조기업의 경기 인식을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50.4(7월)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초창기인 작년 2월 이후 가장 낮다. PMI 수치는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을, 작으면 경기 위축 국면에 있음을 각각 뜻한다.

반면 제조업체 등이 원자재와 노동력을 들여 생산한 제품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 7월치는 전월동월 대비 9.0%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던 올해 5월과 같은 수준이다.

PPI는 소비자 관점에서 가격 변화를 측정한다. 생산자가 원자재와 노동력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면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PPI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선행지표로 분류된다.

하지만 PPI 상승에도 CPI는 변화는 미미했다. 오히려 7월 CPI는 전달 1.1%보다 0.1%포인트 낮아진 1.0%에 그쳤다. 중국 CPI는 올해 1월 이후 최고치가 1.3%에 불과했다. PPI와 CPI의 간극은 올 초부터 벌어지고 있다. 이는 곧 생산자비용 증가가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무게를 중국 제조업 홀로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의 속내는 소비 활성화다. 경제당국은 코로나19 진정세 이후 다른 지표 대부분은 정상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유독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PPI와 CPI 수치에는 소비시장 냉각기 지속이라는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우려가 섞여 있다. 소비를 살리기 위해 사실상 제조업을 옥죄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7월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공산당 100주년 기념식 때 톈안먼광장 망루에 올라 위대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이 글로벌 1위 경제국가가 되겠다고 선포한 14차5개년 계획의 시작도 올해다.
중국 정부가 제조기업을 틀어막는 것 외에 어떤 카드로 중국의 꿈에 다가설지 지켜볼 일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