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정책 재무제표’를 공시하자
지난 2017년 5월 9일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41%로, 각각 24%와 21%를 얻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누르고 우리나라 제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제 다시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을 앞두고 바야흐로 대선정국이 다가왔다. 국민은 대통령을 선출할 때 당연히 두 가지를 고려할 것이다. 첫째는 후보자이고, 둘째는 후보자를 둘러싼 정치집단이다. 그런데 후보자와 후보자를 둘러싼 정치집단의 이미지에 투표하는지, 아니면 그들의 정책에 투표하는지. 홍수처럼 쏟아지는 후보자들의 정책 발표에 국민은 이미지가 아닌 정책을 보고 투표하기가 쉽지 않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사실보다 이미지에 의한 편향된 시각이 선택을 결정하게 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정책의 진실성을 확인할 방법이다. 그것이 바로 숫자이다.
기업 사례를 보자. 지난 9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이 내려졌다. 이를 두고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법무부가 특혜를 줬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삼성전자의 투자 등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숫자를 보면 2020년 1·4분기 기준으로 392조원의 총자산 중 현금성 자산이 128조원으로 전체 자산의 3분의 1에 달한다. 일반적 자산구성의 모습이 아니다. 가령 인텔의 최근 재무제표를 보면 173조원의 총자산 중 현금과 단기금융상품까지 다 합쳐도 8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또한 현금이 넘쳐나는 애플도 삼성과 비슷한 규모의 총자산 379조원 중 현금성 자산은 39조원으로 총자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숫자를 보면 삼성전자의 투자 등 의사결정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은 것은 사실로 확인된다. 이렇듯 숫자를 보면 주장의 진실성을 확인할 수 있다.
여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본인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 시리즈 공약을 설명하면서 기본금융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이 지사는 "국민 누구나 최대 1000만원을 10~20년 장기간 저금리로 대출받고 마이너스대출 형태로 수시 입출금하는 기본대출권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20대 이상 60대 미만 우리나라 국민 약 3000만명이 이 지사의 기본금융을 이용하려면 300조원이 필요하다. 작년 국가예산 510조원과 비교하면 상당한 규모다. 더욱이 우리나라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적용하더라도 10∼20년에 걸친 누적 이자만 150조∼300조원이 된다. 이러다 보니 야권에서는 이 지사의 기본금융을 판타지 소설이나 밑 빠진 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편향된 이미지에 의한 갑론을박을 벗어나기 위해서 이 지사는 기본금융의 지출·조달계획을 재무제표라는 틀을 통해 발표하고 야권은 이에 대해 검증한다면, 국민이 이미지가 아닌 정책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각 대선 후보자는 본인이 발표하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진실성을 주장하려면 돈 푸는 정책만 내놓지 말고 어떻게 재정을 조달할지도 밝혀야 한다. 그래서 본인의 정부가 끝날 때 어떤 모습의 국가가 그려질지를 숫자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제19대 문재인정부가 시작하기 직전 2016년 말 우리나라 장기차입부채 456조원은 작년 말 658조원으로 절반 가까이 증가했다. 부채 증가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이런 모습이 예상되었는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최대 수혜자는 국세 48조원을 더 걷은 정부라는 기사를 보며, 정책의 진실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책 재무제표'가 후보자들의 정책과 함께 발표되기를 기대한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