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MP(electro magnetic pulse)탄 개발의 단초
1962년 7월 어느날 밤 11시 하와이 오아후섬 호놀룰루 일대가 일순간 블랙아웃이 된다.
300여개의 가로등과 경보기, 각종 전자기기들이 고장났다. 전화 교환국 한 곳은 완전히 마비됐다. 당시 미 당국은 전혀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후 3년여간 수많은 공학자들이 동원돼 원인 조사를 거듭한 결과 뜻밖의 원인을 밝혀낸다.
그 같은 현상이 나타났을 때 태평양에 위치한 존스턴섬의 남서쪽 31Km 지점의 고도 400Km 상공에서 1.44메가t급의 W49 수소폭탄을 터뜨리는 '스타피쉬 프라임(Starfish Prime)' 실험이 원인임을 밝혀낸다. 이 폭발로 1450Km 떨어진 하와이 오아후섬 일대의 전자장비가 무력화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과학자들은 핵실험에서 전자기펄스가 타격반경의 모든 전자기기를 무력화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전자기펄스를 무기화로 연구하여 EMP탄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EMP탄은 강력한 전자기펄스를 뿜어 타격 반경의 적에게 무차별적인 대량 피해를 준다. 펄스란 매우 짧은 시간에 강력하게 작용하는 전자기파다. 이 전자기펄스가 전자기기의 금속도체에 도달하면 순간적으로 강력한 전류로 바뀌는데 이 강력한 전류가 전자기기의 회로를 파괴한다. 전자기기에 번개가 흐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강력한 전자기펄스가 과전류를 일으켜 회로자체를 영구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에 전원을 꺼 놓아도 일단 노출되면 전혀 소용이 없다. 스마트폰은 겉만 멀쩡하지 내부회로는 완전히 타버린다.
■ EMP의 원리,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 없다지만
EMP의 전자기 펄스는 핵폭발 때 방사되는 감마선에 의해 발생한다. 핵과 EMP탄이 지상과 지하에서 폭발하면 폭심지에서 보통 8Km 바깥으로 영향을 주어 감마선이 땅속으로 퍼져 그 효과가 감소한다.
효과적인 EMP의 공격은 지상 30Km 이상의 고고도에서 폭발이다. 강력한 감마선이 대기 중에 산소와 질소 분자와 충돌해 콤프턴 효과에 의해 전자를 튕겨낸다. 이 튕겨 나간 전자가 광범위한 전기기펄스를 원추형으로 지상에 방출하고 과전류를 일으켜 외관만 멀쩡할 뿐 모든 전자장비 회로를 태워 영구적으로 손상시킨다.
EMP탄이 터지면 영향권 내에 있는 최초의 피해는 항공기다. 전자장비 마비로 그대로 추락한다. EMP파가 지상으로 도달하면 그야말로 본격적인 재앙이 시작되는 데 현대의 사회기반 시설들은 전자장비에 의한 통제를 받기 때문에 영향권 내 모든 회로가 들어간 전자장비가 영구 마비돼 2차 사고를 일으켜 연쇄적인 아비규환을 유발한다.
강력한 핵 EMP탄 타격은 거의 한반도 전역에 영향을 미쳐 일순간 의·식·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무기이다. 실제로 수도, 전기, 물류 마비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아파도 치료도 못받는 상황을 초래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동시에 단 한번의 EMP에 노출된다면 농업과 식량생산력 급감으로 70억 인구 중에 60억이 굶어 죽는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북한과 대한민국의 EMP 개발 어디까지
올 6월 16일자 VOA(Voice of America)에 따르면 북한이 이미 전자기펄스 EMP를 활용한 무기를 완성했다고 미국의회 자문단체가 밝혔다.
미 의회 자문단체인 국가국토안보에 대한 EMP TF(Task Force) 사무총장(前 CIA 러시아 분석관) 피터 빈센트 프라이 박사는 최근 공개한 북한의 EMP 위협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은 이미 초강력 EMP탄과 비핵 EMP 대포 개발을 완료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의 기술을 차용한 초강력 EMP 역량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어 북한이 보유한 초강력 EMP탄은 100kV/m(1m당 100킬로 볼트)이상의 출력을 낼 수 있으며, 미군시설의 EMP 공격 방어기준 50kV/m(1m당 50킬로 볼트) 기준 2배 이상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초강력 EMP탄 기술에 깊이 관여했던 러시아의 장성 2명으로부터 북한에 관련기술이 유입됐다는 증언을 인용하면서 북한이 수년 안에 EMP 무기체계를 완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10~2012년 3년간 대규모 한국 내 통신장애는 북한의 재래식 EMP 대포 공격이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미 한국을 향한 EMP 공격을 수년에 걸쳐 해왔다는 증언이다. 그는 이어 '북한이 발사했던 금성3, 4호 위성 등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목표를 맞출 수 있는 부분궤도 폭격체계와 유사하다'면서 '북한이 미국 등에 초강력 EMP탄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군사전문가인 브르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핵무기 자체가 EMP 무기의 하나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이 이미 핵실험 과정에서 상당한 지식과 역량을 축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도 1999년부터 비핵(NN, Non-Nuclear) EMP탄 개발에 착수해 2018년 1월 3일 국방기술품질원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1㎞ 유효거리를 가진 EMP 공격장치 시험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3년7개월여 지난 현재는 1~5㎞급 EMP 무기의 실전 배치 단계에 있다고 추정될 뿐이다. ADD 측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밀 사항으로 관련자료 공개 불가 입장을 밝혔다. 다만 북한의 핵과 EMP 등 비대칭 전력에 상응한 우리 군의 강력한 EMP 전력 강화와 주요시설 방호에 대비한 실전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여진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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