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시설 접종 대상에 속하지만
10명중 6명은 1차도 못맞아
인터넷 신청 매뉴얼 '그림의 떡'
안내 받으려면 쉼터 가야하는데
인원제한으로 발길 어려워져
10명중 6명은 1차도 못맞아
인터넷 신청 매뉴얼 '그림의 떡'
안내 받으려면 쉼터 가야하는데
인원제한으로 발길 어려워져
코로나19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거리의 노숙인들은 백신 접종률이 낮아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방역대책이 강화되면서 무료 식사도 중단되고 쉼터 같은 시설 이용도 제한되면서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노숙인에 대한 선제적 백신 접종과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숙인들, 백신 접종 방법 모르기도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노숙인 10명 중 6명 가량이 1차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접종대상 인원 596명 중 접종인원이 256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9일 기준 코로나19 취약시설 백신 접종 대상자의 1차 접종률(87.6%)과 큰 차이를 보였다.
홈리스행동의 노숙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백신접종을 하지 않거나 못한 이유에 대해 미접종자의 43.7%(31명·복수응답 가능)는 '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라고 했고, 33.8%(24명)는 '백신 예방 접종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서'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취약시설 대상 예방접종 시행지침에 따르면 노숙인 이용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는 접종 대상에 포함되며 141개 기관, 약 1만8000명이 그 대상이다.
홈리스행동은 "극도로 열악한 환경과 백신에 관한 정보 접근 제약이 결과적으로 접종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질병관리청의 접종 후 귀가·휴식과 냉찜질 같은 대처 매뉴얼은 노숙인들을 고려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1차 접종기간에 백신접종을 하지 못한 노숙인의 경우 다른 일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질병관리청 코로나19 백신접종 예약사이트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거리의 노숙인들의 입장에서는 비현실적인 대책이다. 실제 거리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백신 접종 방법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한 노숙인은 "쉼터가서 안내를 받아야 하는데 인원 제한 문제로 가는 경우가 드물다"며 "인터넷으로 신청하라는데 인터넷 쓸 곳도 없는데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홈리스 권리회복 해야"
노숙인들은 백신 접종에서의 불평등과 함께 기본적인 먹고 자는 문제까지 침해받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재난상황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리 노숙인들이 느끼는 '규칙적인 식사의 어려움'은 10점 만점에 8.3점이었다. 10점에 가까울수록 어려움이 크다는 뜻이다. 코로나 발생 이전에는 5.3점이었다.
코로나 집단감염을 우려해 문을 닫는 무료급식소가 늘고 있고, 문을 여는 곳들도 운영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2월 기준 서울시내 민간 무료급식소 30곳 중 절반 가까운 곳이 운영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폭염을 대비해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 이용도 쉽지 않다. 최근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한 탓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침에 따라 수용 인원을 4㎡ 당 한 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용 가능 인원이 절반으로 줄었다.
홈리스행동은 "거리홈리스 백신접종 대책의 수립은 '일상회복'이 아닌 '권리회복'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백신 예방접종의 광범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접종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넘어, 거리홈리스가 백신 안전성을 비롯한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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