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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코인 입출금 중단 요구… 고객 피해 우려"

정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5 19:34

수정 2021.08.15 19:34

업계, 트래블룰 "거친 방법" 비판
김치 프리미엄 등 부작용만 심화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디비전 네트워크의 메타버스에서 진행됐다. 사진=fnDB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디비전 네트워크의 메타버스에서 진행됐다. 사진=fnDB
금융권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 확인서 발급 조건으로 트래블룰(Travel Rule) 시스템 구축 전까지 가상자산 입출금 일시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기도 적절치 않고 방법도 거칠다" "트래블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등 격앙된 표현까지 나왔다.
트래블룰은 거래소가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 전송자와 수신자의 정보를 파악할 것을 요구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규정으로, 국내에서는 내년 3월 의무가 적용된다.

■ 업계, 코인 입출금 금지 비판

15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을 결정, 사실상 금융위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의 키를 쥐고 있는 은행권에서 트래블룰 준수 시스템 구축 전까지는 가상자산 입출금을 제한하자는 의견을 제시한데 대해 업계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농협은행이 빗썸과 코인원에 가상자산 입출금 중단을 요구한 것은 시기도 적절치 않았고 방법도 너무 거칠었다"고 비판했다. 정지열 협회장은 "ISMS(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인증)이나 실명계정 등 여러 이슈로 업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내년 3월이 시한인 트래블룰 이슈를 갑자기 제기했다"며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았나 아쉬운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농협은행은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룰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가상자산 입출금을 일시적으로 제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두 거래소는 농협은행의 제안에 대해 내부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내달 24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시한을 앞두고 농협은행의 실명계정 확인서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 대놓고 거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이어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고 관련한 상품도 나와 있으며 국제적인 노력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트래블룰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고 코인 거래를 막자는 것은 시기에도 맞지 않고 너무 거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래블룰 도입까지는 6개월이 넘게 시한이 남아 있다"며 "가상자산 사업자와 블록체인협회 등이 국제적인 노력을 통해 트래블룰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금법상 트래블룰 도입의무는 내년 3월 25일부터 부여된다.

■"입출금 제한, 소비자 피해 증가"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고 있는 스트리미의 이준행 대표는 가상자산 입출금을 막을 경우 소비자 피해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거래소를 다년간 운영한 경험에 비춰보면 갑자기 출금을 막으면 차익거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져 해외 거래소와 가격 괴리가 심해지고 김치 프리미엄 같은 이슈가 굉장히 강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A거래소에서 싸고, B거래소에서 비싸다면 차익거래 투자자들이 A거래소에서 코인을 매수, B거래소로 이동후 매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전 세계 거래소 가격이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절차를 막게 되면 소위 '가두리 현상'이 발생해 해외 거래소와 가격 차이가 커지는 상황에 국내 투자자들이 노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차익거래가 불가능해지면 시세를 조종하려는 세력들에게 리스크가 현격하게 낮아지는 부작용도 발생한다"며 "지금도 시세조종 세력들이 많이 활동하는데, 그 세력들이 더욱 활동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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