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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전 고려인 따뜻이 받아준 카자흐스탄…韓과 역사적 인연 재조명

84년 전 고려인 따뜻이 받아준 카자흐스탄…韓과 역사적 인연 재조명
2019년 4월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청와대 제공) 2019.4.22/뉴스1


84년 전 고려인 따뜻이 받아준 카자흐스탄…韓과 역사적 인연 재조명
16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관에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임시 안치되어 있다. 2021.8.16/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84년 전 고려인 따뜻이 받아준 카자흐스탄…韓과 역사적 인연 재조명
카자흐스탄 바스토베 언덕 고려인 땅굴 기념비 (출처: 독립기념관)


84년 전 고려인 따뜻이 받아준 카자흐스탄…韓과 역사적 인연 재조명
지난 2019년 4월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알마티 국립 고려극장에서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강제이주 고려인의 애환을 담은 ‘기억’ 공연을 관람 후 배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4.22/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국빈 방한으로 인해 우리나라와 카자흐스탄 사이의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는 현재 10만8000명 정도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전체 카자흐스탄 인구의 0.6%에 불과하지만,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은 러시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권 고려인 동포사회에서도 가장 성공적으로 주류사회에 진출한 경우로 평가받는다.

2021년 '카자흐스탄 포브스'지가 발표한 카자흐스탄 부자 상위 50명에는 1위인 김 블라디미르 카자흐무스 회장을 포함해 7명의 고려인이 이름을 올렸다. 최 알렉세이 보건부 장관, 리유리 하원의원, 김베라 하원의원 등 정·관계와 학계 고위직에도 많은 고려인들이 진출해 있다.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의 삶이 시작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말 이후 러시아 극동 지역 일대에서 농사를 지으며 항일 투쟁하는 한인들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1937년 소련 정부는 이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켰다.

이때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1868~1943), 계봉우 선생(1880~1959), 이인섭 선생(1888~1982) 등도 중앙아시아로 이주했다. 당시 강제이주된 한인 17만여명 가운데 9만6000여명 정도가 카자흐스탄에 정착했고 그 후손들이 현재 고려인이다.

당시 증언에 따르면 고려인들이 이주열차에 실려 허허벌판에 도착한 시점은 마침 겨울이 시작되던 때라 추위와 홍역 등으로 어린이 60%가 사망했다. 이들은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다가 흙을 이겨 구운 타일로 온돌을 놓고 굴뚝을 뽑아 중앙아시아의 혹독한 겨울을 가까스로 버텨냈다.

지금도 고려인들이 첫 겨울을 지냈던 바스토베 언덕에는 땅굴과 공동묘지가 남아 있다. 이 땅굴 자리에 세워진 비석에는 한글로 "이곳은 원동에서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이 1937년 10월9일부터 1938년 4월10일까지 토굴을 짓고 살았던 초기 경착지이다"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카자흐인들은 1930년대 초 대기근으로 250만명이 사망한 비극을 겪은 직후였음에도 이주 고려인들의 정착을 다방면으로 지원했다.

여러 생애담 자료에는 카자흐인들이 고려인에게 집을 비워주거나 당나귀에 빵을 싣고 와 나눠주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등장한다. 현재도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은 당시 카자흐인들의 환대와 친절을 잊지 않고 있다.

현지 주민들이 고려인을 받아들여준 것은 조상과 노인을 공경하고, 곡식을 아끼며 노동과 토지를 신성시하는 등 현지 주민들의 전통과 풍속, 도덕적 가치관이 비슷한 것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고려인들은 특유의 근면함으로 주로 벼농사에 종사하면서 카자흐스탄에 논농사를 도입한 민족이 됐다. 이는 카자흐스탄이 소련 공화국 중 가장 넓은 논을 가진 나라가 되는 데 기여했다.

고려인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던 한인극장을 카자흐스탄 남부 크즐오르다에 옮겨와 '고려극장'으로 유지하면서 우리글과 전통문화를 계승해왔다.

홍범도 장군의 구술을 바탕으로 그의 항일 투쟁을 그린 연극 '의병들'은 크즐오르다 고려극장에서 최초로 상영됐다. 고려극장은 소련 내 고려인 정착지역을 순회하며 한국어 연극 공연으로 동포들의 애환을 달랬고, 한반도와 전세계를 통틀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민족 공연단체가 됐다.

고려극장은 이후 1968년 국립 고려극장으로 승격돼 알마티로 이전했고 현재까지도 고려인 동포사회 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


카자흐인들은 오랜 기간 고려인과 함께 살아온 영향으로 고려인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다. 이는 한국에 대한 신뢰와 우호적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1990년 알마티에서 열린 아마추어 화가 작품전시회 축하 서한에서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공화국의 경제적, 정신적 잠재력 발전에 있어 고려인의 공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