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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의 놀면 뭐먹니?] 고단한 광부들의 삶이 녹아 있는 태백닭갈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1 09:00

수정 2021.08.21 08:59

태백닭갈비 /사진=조용철 기자
태백닭갈비 /사진=조용철 기자

[조용철의 놀면 뭐먹니?] 고단한 광부들의 삶이 녹아 있는 태백닭갈비

[파이낸셜뉴스] 강원도 태백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맛봐야 할 음식이 있다. 태백닭갈비다. 태백에는 이른바 ‘물닭갈비’라고 불리는 닭갈비요리점이 곳곳에 있다.

양념한 닭고기에 육수를 부어 끓여 먹기 때문에 ‘물닭갈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태백닭갈비’라고 부른다. 지지고 볶아 먹는 춘천닭갈비에 비해 태백닭갈비는 맛이 담백하고 기름기가 적어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태백닭갈비는 태백 지역이 탄광산업으로 번성했던 시절에 광부들이 즐겨 찾던 음식이었다. 지금은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광부들도 타지로 살 길을 찾아 떠났지만 태백닭갈비는 옛 맛을 그대로 유지한 채 태백 대표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얼큰한 국물과 함께 먹는 담백한 닭갈비에 소주 한잔이면 당시 태백 광부들에게 술안주로 그만이었다. 이같은 요리법은 태백에서 식당을 하던 한 아주머니가 개발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광부들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닭갈비집으로 모였다.

처음엔 광부들도 닭을 구워먹거나 볶아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장에서 나온 지 얼마 안된 광부들에게 국물 없는 닭갈비를 그냥 바로 먹기에는 괴로움 그 자체였다.

태백닭갈비 /사진=조용철 기자
태백닭갈비 /사진=조용철 기자

이후 석탄가루를 많이 마셔서 칼칼해진 목을 가라앉히기 위해 닭갈비에 국물을 넣고 끓여냈다. 이처럼 만들어진 물닭갈비가 근무를 마친 광부들에겐 제격이었다.

닭고기가 충분히 익을 때까지 허기진 배를 미리 달랠 수 있도록 국물에 면과 채소를 곁들였다. 태백닭갈비에는 깻잎, 배추, 냉이 등 각종 채소가 들어간다. 그중에서도 향긋한 냉이가 닭고기와 잘 어울린다.



태백닭갈비 원조는 김서방네 닭갈비, 황부자네 닭갈비집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모두 탄광산업으로 번성했을 시절부터 광부들에게 닭갈비를 팔아왔다. 닭갈비를 조리하는 방식은 같다.


하지만 음식점마다 양념을 재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맛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 좀 더 구수한 맛이 나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얼큰한 맛을 강조하거나 덜한 가게도 있다.


채소와 사리를 먼저 먹은 뒤 닭고기를 건져 먹고 나면 마무리로 닭갈비 국물과 참기름에 밥을 함께 철판에 볶으면 태백닭갈비의 별미 중 하나인 태백닭갈비 볶음밥이 완성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