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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보증보험 의무화라더니 받아주질 않네요"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7 18:49

수정 2021.08.17 18:49

전체 보증료의 75% 집주인 부담
"떼먹을 돈 아닌데 강제 가입 억울"
부채비율 높으면 거절 당하기도
임대차 시장 현장은 또한번 혼란
보증금 없는 월세전환 늘어날 듯
#.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다가구주택을 소유한 A씨는 본인이 거주하는 4층을 제외하고 2층 두 가구, 3층 두 가구 등 총 4가구를 전세 주고 있는 등록임대사업자다. 이들 가구의 전세 가격은 약 1억5000만원 선이다. 그동안 임차인들이 월 2만원 가량을 내고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했지만, 18일부터는 집주인 A씨가 전체 보증료의 75%를 부담해야한다. 집주인 입장에선 전체 6억원 가량의 전세보증금 보증료 약 100만원의 75%인 70~80만원 정도의 부담이 추가로 생긴 것이다. A씨는 "내가 떼먹을 돈도 아닌데 보험에 직접 가입하는 것도 억울한데 그마저도 HUG에서는 부채비율이 높다며 받아줄 수 없다고 한다"며 "의무화는 본인들이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해주지 않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8일부터 모든 주택임대사업자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의무화되는 가운데 일선 현장의 혼란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오피스텔 한 채를 임대하는 영세 임대사업자에게 대출이 많다며 보증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등의 거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전면 의무화를 앞두고 주택가격으로 활용하는 공시 가격의 적용 상향 등을 통해 가입 요건을 일부 완화하긴 했지만, 가입 요건 중 부채 비율(100%미만)은 포함되지 않아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18일 개정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간임대주택법)상 등록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금 가입 의무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18일 이후 체결되는 임대차 계약부터 적용된다.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은 계약 종료 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SGI서울보증이 대신 보상하는 상품이다. 보증료율은 아파트 0.115~0.128%, 그 외 주택 0.139~0.154% 수준이다.

임대 사업자들은 보증료 자체에 대한 부담감 보다는 행정 절차가 매끄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오피스텔 임대사업자는 "전세보증금을 납부하기 위해 갖춰야하는 서류도 많고 요구하는 것도 많다"며 "어렵게 준비해서 신청했는데 대출이 많다고 거절 당했다"고 말했다.

임대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소폭이라도 보증료가 오른 만큼 이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해 충당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빌라 임대 사업자는 "큰 돈도 아닌 걸로 번거롭게 절차를 거치느니, 보증금이 필요 없는 월세 등으로 돌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령 전세보증금 2억원짜리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할 경우 집주인과 세입자가 내야할 전체 보증료는 50만원이 넘지만 보증금 1억원, 월세 20만원의 반전세로 임대할 경우 25만6000원으로 절반 가량 줄어든다.

의무화를 강제해 놓고 보증 요건은 그대로 둔 것도 혼란의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제도 시행을 목전에 두고 주택 가격 산정시 공시가격 대신 시세를 활용해 부채 비율을 완화하는 등 가입 요건을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HUG 등의 보증 가입 요건 중 부채비율(100% 미만) 완화 방안은 포함되지 않으면서 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HUG 규정에 따르면 은행 대출 등 선순위채권과 임대보증금의 합이 주택가격을 넘어 부채비율이 100% 이상인 임대사업자는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선순위채권이 주택가격의 60%를 넘어서도 안 된다. 이미 경기도권을 비롯해 서울 일부지역에서도 매매가보다 비싼 오피스텔 전세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의무화를 어길 경우 과태료 2000만원 혹은 징역 2년의 형사 처벌이 처해진다. 임대사업자들은 이대로라면 전국민이 범법자가 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집주인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엔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며 "일정금액 이하는 의무화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임대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로 바꿀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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