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미국이 손 떼자마자 무너진 아프간의 교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8 18:30

수정 2021.08.18 18:30

16일(현지시간)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은 전날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인들을 태우고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까지 운항한 미공군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 내부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뉴스1
16일(현지시간)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은 전날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인들을 태우고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까지 운항한 미공군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 내부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뉴스1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지난 15일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거짓말처럼 손쉽게 접수했다. 그 과정에서 수백명의 아프간 주민들이 콩나물시루 같은 미군 수송기에 실려 수도 카불을 탈출해야 했다. 일부는 비행기 바퀴에 매달렸다가 떨어져 숨지기도 했다. 이 같은 참상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인다. 1975년 남베트남 패망 때 '사이공 함락'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기시감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전쟁에서 기한 없이 싸웠던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국제문제에 개입한다는 뜻의 '미국이 돌아왔다'라는 깃발을 스스로 내린 셈이다. 사실상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바이든 독트린'에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중국의 침공을 우려하는 대만에서 "아프간의 비극적 정국이 대만에는 섬광탄"(중국시보 16일자 사설)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물론 백악관은 "대통령은 한국이나 유럽에서 미군을 감축할 의사가 전혀 없다"(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군 스스로 싸우려고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죽어가선 안 된다"고 했다. 지난 20년간 2조2600억달러의 전비를 들였지만 아프간 정치권의 부패와 분열, 무능을 보고 '손절'을 택했다는 고백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안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삐걱거리는 한미 동맹의 현주소를 보라. 올해 한미 훈련은 북·중의 눈치를 보느라 과거의 '반의 반' 수준으로 쪼그라들 정도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추경 편성 과정은 기가 막힐 지경이다. 부유층에까지 재난지원금을 주려고 대북 억지력의 핵심 지렛대인 F35 스텔스기 등 전략무기 예산을 2조3000억원 삭감했다니 말이다.

아프간의 비극에서 얻을 교훈이 뭘까. 스스로 안보를 지키려는 의지가 없는 나라를 끝까지 보호해 줄 우방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손을 뗀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우리의 안보의식을 다잡을 때다.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