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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새 기조 '공동부유' 전면화...부자증세 통한 분배 가능성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9 15:46

수정 2021.08.19 15:46

- 시진핑, 베이다이허 회의 후 꺼내는 공동 부유...3연임 기반 위한 포석
- 전문가 '부자증세' 전망...텐센트는 9조원 공동부유 기금을 내놔
중국 공장 자동화 시설. 중국 바이두 캡쳐
중국 공장 자동화 시설. 중국 바이두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국정기조로 전면화하면서 중국 전체에 ‘분배’라는 새로운 바람이 급격히 불고 있다.

덩샤오핑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의 운용원칙이었던 ‘먼저 잘 사는 중국식 사회주의’가 다음 목표 지점인 분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부자증세’를 예상했고 기업들은 기부금 성격의 자금을 내놓기 시작했다.

19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지난 17일 시 주석 등 핵심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에서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동 부유 추진 방안을 주제로 회의를 개최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공동 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로서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며 “인민이 중심이 되는 발전 사상을 견지해 높은 질적 발전 중 공동 부유를 촉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공동 부유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혁개방을 내세운 덩샤오핑이 1978년 제시한 ‘일부 사람을 먼저 부유하게 하라’(선부론)거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흑묘백묘론)의 경제발전 우선 정책에서 40여년 만에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인 분배로 방점을 옮긴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1차 분배와 재분배가 연결된 기초 분배 제도를 구축하고 세수와 사회보험 확대 등을 통해 (분배의)정밀도를 높여 중위 소득 계층의 비중을 키워야 한다”며 제도적 강화를 주문했다.

또 “고소득 계층에 대한 조절을 강화해 법에 따른 합법적 소득은 보장하면서도 너무 높은 소득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고소득 계층과 기업이 사회에 더욱 많은 보답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공산당은 공동 부유가 단순히 파이를 나누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면서 분배도 동시에 강화하는 개념이며 정책 역시 점진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전·현직 지도부의 비공개회의인 베이다이허 회의 직후 ‘분배’를 들고 나온 것은 내년 10월 20차 당대회에서 확정될 3연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7월1일 중국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전면적인 샤오캉(모두 풍족한 삶) 사회를 달성했다고 선포했지만 실제 중국 내부에선 계층별·지역별 양극화는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시 주석이 장기 집권의 동력을 얻기 위해선 서민과 중산층 계층의 민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 주석의 발언 이후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기업인 텐센트는 500억위안(약 9조원)이라는 거금을 공동 부유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키로 했다. 텐센트는 중국 당국의 압박을 받는 기업 가운데 한 곳이다.

텐센트는 “국가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호응”이라며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등 중국 정부의 타깃이 된 다른 대기업들도 공동 부유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CNN은 “중국이 공동 부유라는 과감한 새 기조로 중국의 최고 부호들과 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에서 ‘부자 증세’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 “정부가 일반 개인의 소득세를 인하하는 대신 부동산 보유세, 상속세, 자본 이득세 도입 속도를 높이고 자선기금이나 공공 기부금에 대한 우대 조치를 도입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SCMP는 “부자에게 돈을 강탈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로빈후드식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지만 더욱 균형 있는 경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기 있었던 자본 집약적 투자가 아닌 풀뿌리 소비를 핵심적 경제 동력의 초점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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