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송금하려고 30분 기다렸어… 인터넷뱅킹? 그런 거 잘 몰라" [현장르포]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19 18:31

수정 2021.08.19 20:15

서울 시내 은행 영업점 가보니
방문 고객 35%가 60대 이상
대부분 세금납부 등 간단한 업무
비대면 서비스 어색한 어르신들
‘디지털 소외’ 없게 교육 등 늘려야
서울시내 한 은행 안에 있는 공과금무인수납기. 고객 혼자서 이용하라는 의도의 기기지만, 창구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이용하는 고객들만 있었다. 사진=강도림 인턴기자
서울시내 한 은행 안에 있는 공과금무인수납기. 고객 혼자서 이용하라는 의도의 기기지만, 창구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이용하는 고객들만 있었다. 사진=강도림 인턴기자
"난 송금만 하면 되는데, 30분 기다렸어."

지난 19일 고객들로 북적이는 서울 강남의 한 은행. 한 78세 어르신이 은행을 나오며 말했다. 어르신의 은행 대기표에는 대기인 수가 1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앞 고객의 업무가 오래 걸려 간단한 송금 업무에도 오래 기다려야 했다. 은행 자동화기기(ATM)에 익숙하지 않아 은행 창구를 직접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91세의 할머니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할머니는 30분 대기 끝에 은행 창구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할머니가 창구에서 은행 업무를 본 시간은 3분 남짓이었다. 전기세 납부를 위해 은행을 찾은 할머니는 직원의 업무 처리가 끝나자 곧바로 일어섰다. 전기세는 은행 앱을 통해 납부할 수 있는 공과금이다. 기자가 할머니에게 인터넷 뱅킹에 대해 묻자 "난 그런 거 모르고 은행 오는 게 편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 은행 창구를 찾는 고객 중에는 어르신이 많다는 게 은행측 설명이다. 한 은행 직원은 "방문 고객 중 35% 정도가 60대 이상"이라며 "이들은 대개 간단한 일로 은행을 찾는다"고 말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으로는 몇 분이면 끝날 수 있는 일이지만 은행을 방문하고 오래 대기해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안전성을 이유로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디지털 소외를 예방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노인들의 '대면만 신뢰' 태도가 디지털 소외를 심화한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새로운 기술을 익혀 직접 앱 등을 이용한다면 편리한 이점을 누릴 수 있지만 노인들이 비대면 기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비대면 서비스는 보다 확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은행 점포 운영시간이 9시 반부터 3시 반으로 축소돼 은행 업무 시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아 창구를 찾는 경우 오히려 서비스의 불편을 겪게 되기도 한다.

현재 금융 부문에서 디지털 혁신이 빠르게 일어남에 따라 고객들은 은행에 가지 않고도 간편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은행 역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점포 수를 줄이고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는 추세다. 여기에 고령자의 금융 디지털 소외를 줄일 수 있도록 각종 금융 서비스와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국민은행은 '쉬운말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폰뱅킹 ARS 메뉴를 고령층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고 느린 속도로 안내한다. 대화형 뱅킹 앱인 '리브똑똑'에서는 음성으로 거래를 요청할 수 있다. 목소리를 인증하면 조회, 이체도 가능하다. '큰글씨 뱅킹'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해 고령자나 저시력자들의 편리한 앱 사용도 돕고 있다.

농협은행도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은행 앱에서 큰 글씨 설정이 가능하다. '어르신 전용 상담사' 서비스를 통해서는 노인들에게 친근한 언어로 은행 업무를 돕는다.

우리은행에서는 노인들의 정보 보안 교육을 신경쓰고 있다. 노인들의 금융사기를 막고자 교육 영상을 제작해 시·구립 노인복지센터 등에 배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는 직접 노인복지시설에 방문해 관련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고령층을 위한 조회, 이체, 입출금 서비스 메뉴 등을 특화하고 큰글씨체로 변경이 가능한 S뱅크 미니를 운영중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결국 금융 디지털 소외를 막는 길은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비대면 서비스 마련과 적극적인 활용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 강도림 인턴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