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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에 얼어 죽은 日소녀…그런데도 학교는 "가해자 미래 망칠건가"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0 07:20

수정 2021.08.20 07:20

일본에서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 실종된 후 공원에서 동사한 채 발견된 여중생 히로세 사아야가 발견됐던 공원에는 꽃다발 등이 놓여있다. 페이스북 캡처
일본에서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 실종된 후 공원에서 동사한 채 발견된 여중생 히로세 사아야가 발견됐던 공원에는 꽃다발 등이 놓여있다. 페이스북 캡처

[파이낸셜뉴스] 일본의 이지메 문화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말 일본에서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 실종된 후 공원에서 동사한 채 발견된 여중생의 어머니가 “진실을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2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의 공원에서 여중생 히로세 사아야(14)가 동사체로 발견됐다.

일본 교육 당국은 그가 겪던 집단괴롭힘에 관해 조사를 하고 있고, 유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을 알고 싶다”는 어머니의 호소문을 공개했다.


호소문에서 사아야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시절 쾌활했던 사아야가 2019년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웃지 않기 시작했다"며 그해 5월 “사아야가 ‘엄마, 죽고 싶어’라고 말했다. 최소 2번은 그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아야가 다니던 중학교에 5번도 넘게 왕따 문제를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어머니는 “사아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진상을 밝혀달라”며 “학교, 교육위원회와 사아야의 왕따 문제에 대해 몇 번씩 상담했으나 모두 왕따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위원회의 태도가 왕따를 은폐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유족 측 변호사 아시다 타츠야(石田達也)는 기자회견에서 호소문의 일부분을 읽으며 “심지어 (교감이) ‘가해자 10명의 미래와 피해자 한 명의 미래 중 무엇이 중요한가. 한 명 때문에 10명의 미래를 망칠 것인가. 뭐가 일본의 미래에 도움이 되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진척 상황 등 조사 내용을 알 수 없어 유족 측은 의문과 불안을 지울 수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타츠야 변호사는 “유족으로서 알아야 할 정보를 공유해주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며 “지금 상황이라면 불신과 위화감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사아야는 2019년 4월 중순부터 선배 A양과 친해지면서 A양의 친구들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그해 6월 모두 10명으로 늘어난 가해자들이 사아야를 둘러싸고 괴롭히는 과정에서 촬영된 사진 등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했고, 사아야가 4m 높이의 강둑에서 뛰어내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어머니가 사아야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집단 괴롭힘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나게 됐고 결국 사아야는 다른 중학교로 전학을 가게 됐다.
당시 경찰 수사가 진행되긴 했지만 가해자들은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라 처벌을 피했다.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고 힘든 나날을 보내던 사아야는 지난 2월 행방불명됐다.
이후 3월 23일 사아야는 한 공원에서 녹은 눈 사이로 그의 신체의 일부가 드러나며 발견됐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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