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프간에 있는 가족들 목숨 위협 느껴.. 한국이 몇 천명이라도 난민 받아달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8.22 18:09

수정 2021.08.22 20:04

'아프간 사태 일주일'
잠 못 이루는 주한 아프간인들
매일 전화로 가족 안부 확인
생필품 구매 위한 외출 못해
국경 모두 막혀 탈출 힘들어
韓, 난민 정착 위해 도와줘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아프가니스탄 국적인이 아프간 국기 사용을 금지한 탈레반에 항의하는 의미로 22일 아프간 국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아프가니스탄 국적인이 아프간 국기 사용을 금지한 탈레반에 항의하는 의미로 22일 아프간 국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카니스탄을 장악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현지 상황은 어떤지, 한국이 어떤 형태로 힘을 보태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한국에 있는 아프간 출신 2명을 긴급하게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한국에 정착한지 10년 넘은 아프간 출신 A씨. 카불에서 두 시간 거리 작은 도시에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등 가족들이 남아있다. 최근 탈레반 세력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매일 하루 두 번씩 가족과 통화하면서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상당히 불안하다.

지난 20일 A씨는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대사관을 비롯해 모든 대사관들이 철수해 아프간 국민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난민 지위 외에는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란, 파키스탄 등 접경 국가로 향하는 길도 모두 막혀 국경 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특히 A씨의 여동생들은 생리대 등 생필품을 사기 위한 외출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자칫 탈레반에 의해 납치될 가능성도 높아 길 밖에 나서는 것 자체가 '위험 행위'라는 것이다.

A씨는 "탈레반이 장악한 이후로 상식도 법도 없다. 그야말로 무법지대"라며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안전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이 과거 정부를 위해 일한 공무원, 군인, 경찰의 집을 찾아가 귀금속 등 비싼 물건을 약탈하고, 군인은 모두 총으로 쏴죽이고 있다"며 "군인들은 살기 위해 군인신분을 숨기고자 다른 지역에 거주지를 옮겨 숨어 살고 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숨어 살겠나"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병원 등 민간인을 위한 인프라 시설이 멈춰섰다는 점이다. A씨는 "병원 간호사들은 대부분 여성들인데 거리에 나서는 것 조차 위험하다보니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남자 간호사, 의사들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과거 탈레반이 다쳐서 병원에 오면 의사들이 정부에 탈레반을 신고한 사례들이 있어서 이에 대한 복수로 의사들도 죽이고 있다. 시청, 국회 등 전반적인 국가기반시설 모두 멈춘 상태"라고 했다.

그는 "한국 법무부에 부탁한다. 영국은 올해 5000명을 시작으로 2만여명을 받아들인다고 한다"며 "현재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감안해 단 몇천명이라도 난민 수용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도 공항에선 비행기를 타지 못해 우는 아기들과 기체에 매달리다 떨어진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다. 절대 상상하지 못할 만큼 끔찍한 상황"이라며 "최소한 현재 한국에서 머물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불법체류자에 대해 즉각적인 추방 대신 벌금 유예 등 다양한 대안을 통해 구제방법을 강구해달라"고 촉구했다.

파이낸셜뉴스는 7년 전 탈레반을 피해 한국으로 망명한 B씨를 지난 21일 만났다. 그는 아프간에 어린 남동생을 남겨뒀다. B씨는 한국정부가 아프간 사람들의 난민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현재 아프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탈레반이 아프간 내부를 장악하면서 학교와 병원, 교통이 모두 닫혔고,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탈레반에 의한 여성 인권 침해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이전과 전혀 다른 위험"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아프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아프간 사람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보지 못했다"며 "나 역시 아프가니스탄에 남동생이 있다. 가족들의 안전 확인을 위한 연락은 가능하지만 매우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아프간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다. 한국정부가 아프간 내부에서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나서달라"며 "(더불어) 한국에 체류 중인 아프간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는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B씨는 "정착 난민 제도를 활용하거나 아프칸 인접 국가의 공관을 통해 한국으로 피난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해주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김문희 기자